재생액자를 활용한 ‘스페인의 바닷가 마을’과 캐릭터 작품 ‘꿈을 키워주세요. 박원순 시장님’, ⓒ장주희 작품.

오는 8일까지 돈의문박물관마을 내 도시건축센터 2층에서 ‘도와지’가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아 그동안 운영해 온 ‘예끼 아트 미술교실’을 통해 그 동안 수업시간에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예끼 아트 미술교실’은 발달장애인 중 미술에 재능이 있는 자들을 모아 올해는 48명을 매주 미술교육을 해 왔다. ‘예끼 아트 미술교실’은 교장이 안태성, 주강사는 이재순, 운영위원장은 우창윤이 맡고 있다.

‘도와지’는 장애차별 만화전, 손으로 만드는 클레이, 세상을 두드리다, 국제장애인인권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한 이해 만화책제작, 꿈으로 벽을 채우다(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장애청소년 예끼 페스티벌, 오물딱, 조물딱, 재미있는 모형 만들기(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청각장애 청소년 공예 아카데미, 장애청소년 미술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서울시 사단법인 예술단체이다.

12월 3일 저녁 6시에 전시회 개막식에서 안태성 대표를 대신하여 축사를 읽던 이재순 강사는 벌써 미술교실을 한 지 3년이 되었다고 말하고는 울컥하여 잠시 숨을 멈추었다. 1년간 발달장애 수강생들과 함께 해 온 사랑과 미술에 대한 애정이 3년이란 단어와 함께 쏟아졌다.

미술교육에 기초가 필요한 수강생에게는 ‘열린반’이라 하여 기하도형에서 연상되는 그림을 그리게 하고, 조각난 사진에 그림을 첨가하는 오브제 수업을 통해 미술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고, 타인을 관찰하는 그림을 통해 관찰력과 개성을 찾게 하는 인물화 수업도 하였고, 평면과 입체에 대한 개념을 배울 수 있도록 판화와 조형 수업도 하였다.

판화와 공예 수업을 통해 디자인에 대해 알게 하였고, 수채화, 한국화, 민화 등 미술기초 수업도 진행하였다. 상상력을 일깨우는 기초과정은 많은 발달장애인들에게 미술을 통해 가능성과 즐거움을 선물하였다.

그리고 이미 미술에 대한 자신감과 꿈을 키우고 있는 중급반에 해당하는 고등학생 중심의 ‘창작스튜디오반’과 학교를 졸업한 성인반인 ‘심화반’도 운영하였다.

미술은 각자의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모두가 함께 작품을 만들기도 하였다. 스폰지를 이용한 로봇은 합작품임에도 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일체감이 있었는데, 종이컵에 검은색을 칠해 눈이 되게 한 것이나 팔과 다리가 정말 로봇 같아서 이 작품을 만들면서 발달장애인의 몰입도와 흥미도가 너무나 높았다고 한다.

각자가 그린 작품들을 모자이크식으로 합하여 전체 그림을 완성한 작품도 그림 하나하나를 보면 마치 모자이크 색유리처럼 단순하지만 전체를 보면 유리를 통해 빛으로 그려지는 그림처럼 환상적이고 신비하면서 우아하였다.

인물화에서는 서울시장의 모습을 그린 그림도 있었는데, 마치 전문 작가가 그린 캐릭터 같았다. 동물 그림은 동물의 특징을 잘 표현하여 스케치가 매우 훌륭하였고, 풍경화는 사실적이기보다는 상상력이 너무나 훌륭하였다.

400편 가까운 그림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는데, 각 작품에는 작가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이미 이들은 같은 이름표가 붙은 작품들을 비교하여 보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갖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번은 액자를 재활용하여 그림을 그리게 하였는데, 액자 안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액자에까지 그림을 그리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처음 해 보는 것이라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그림이 액자틀 안을 더 이상 넘어오지 못하다가 고정관념을 깨고 그리기 시작하자, 모래 등을 사용하여 액자를 오히려 입체감이 나도록 하는 응용력을 보여주었다.

마치 발달장애인들이 문을 열고 어느 선을 넘어오기만 하면 대단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별을 주어 가세요. 별나무입니다’, ⓒ이규재 작품

‘그림은 내 친구입니다. 내 마음입니다’라는 글이 적힌 명함을 갖고 있는 이규재는 어느 날 아버지와 나들이를 하여 밤을 줍다가 밤이 열리는 나무에서 밤을 주울 수 있으니 별나무가 있다면 별도 주울 수 있겠다고 상상을 하면서 왜 별나무는 없느냐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별을 주울 수 있는 별나무를 그리겠다고 하여 그림을 그렸는데, 작품도 아름답지만, 그 상상력의 마음이 너무나 따스하였다.

참석한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 미술교실 관계자들은 서울시에서 내년에도 미술교실을 지원하게 되어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어 좋지만, 지속적으로 그릴 수 있는 보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참석자들의 염원과 그림으로 예술가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버릴 수 없어 정부와 사회의 관심을 호소하고 있었다.

수강생의 한 어머니는 나에게 다가와 우리 아이는 그림도 그리지만 성악을 전공하고 싶은데, 장애인 합창단은 있지만 성악으로 발달장애인이 솔로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제도나 교육 기관이 없어 너무나 안타깝다고 하면서 그러한 곳이 있다면 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시각장애인 세 명이 피아노와 해금, 플루트를 협연하는 팀이 있는데, 며칠 전 나에게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내주면서 우리들이 연습할 공간만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안타까운 하소연을 해 왔던 기억이 났다.

장애인들의 예술은 기성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들의 감정을 독특하고도 감미롭게 표현하여 자신들만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러한 예술작품들은 우리가 결코 버릴 수 없는 문화자산일 것이다.

이음센터나 장애인문화예술 단체들의 손이 아직 닿지 못하는 우리의 영재들, 우리의 숨은 영재 장애인 예술가들을 사회에서 길러내도록 힘써 주기를 바란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줄 수 있도록 그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와 능력이 우리 사회가 갖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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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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