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쯤 고혈압과 관련된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3명은 고혈압이라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 당시에는 아주 건강한 편에 속했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넘어갔다.

그런데 최근 검진을 받을 일이 있어 병원에서 혈압을 측정해 본 후 그 기사가 남의 일이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수축기 혈압은 188을 넘어 버렸고 확장기 혈압조차도 120에 이르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원래 인생을 피곤하게 하지 않아도 될 걱정까지도 사서 하느라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는 타입인지라 혈압이 조금 높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수준인 것 까지는 미처 모르고 있었다.

급히 처방을 받고 혈압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걱정을 해야 했고 며칠 정도 지난 후 조금씩 차도를 보이기 시작해 이제 정상 범위에 들어섰다.

생각지도 못했던 수치에 놀라기도 했거니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안 해도 될 걱정까지도 사서 하는 성향인지라 건강에 대해서도 많이 염려가 되었다. 그래서 수시로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자동 혈압기를 하나 구입하게 되었다.

그리 고가의 제품이 아닌지라 아무 생각 없이 인터넷을 통해 많이 팔리고 있는 모델을 주문했다. 이틀 뒤 주문한 혈압기를 배송받아 수시로 혈압을 측정하고 있다. 어느 정도 위험한 수준에서 벗어난 후 어김없이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나와 같이 시각장애를 가진 이들의 건강관리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다수의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 보다 많은 열량의 음식을 섭취하게 되며 건강한 삶을 위해 충분한 운동이 필수가 되었다.

그런데 시각장애인에게는 식사에서부터 고른 영양소 섭취가 어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것 또한 어렵기만 하다. 가벼운 산책이라도 하려고 밖을 나서면 자동차와 자전거를 비롯해 여러 장애물과 마주하게 되어,

위험천만한 상황을 경험하기 일쑤고 마음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 또한 부족하기만 하다. 그렇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몸에 이상을 느끼면 쉽게 병원을 찾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종합병원, 동네의원 할 것 없이 혼자 힘으로 찾아가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 간단한 가정용 의료기기들이라도 구비 해 놓고 체온, 체중, 혈압, 혈당, 체지방 등을 꾸준히 체크해 보는 것 정도이다.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후부터 실제로 많은 현대인들이 간단한 가정용 의료기기들로 이러한 수치들을 꾸준히 확인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기들 중 눈을 감고 쓸 수 있는 기기는 몇 가지나 될까? 물론 전무 한 것은 아니다. 체중계나 혈당계, 체온계 등은 음성이 지원되는 기기들도 찾아볼 수는 있다. 하지만 접근성을 준수하지 않는 오픈마켓들이나 전자결제 서비스 제공회사 등의 문제로 인터넷 쇼핑이 자유롭지 않은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이런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는 생활용구실이라는 공간을 마련해 음성을 지원하는 가정용 의료기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극소수의 제품만 음성이 지원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혈압계는 이렇게 제한적인 제품조차 찾아볼 수 없다. 예전에는 판매되는 제품이 있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제품마저 단종 되었다고 한다. 결국 영양섭취에서부터 병원방문, 적절한 운동과 건강상태 체크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편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셈이다.

건강은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 중 하나임에 틀림없다. 지식정보가 중요한 사회에서 정보접근권이 장애인에게도 평등하게 보장되어야 하듯, 건강이 중요한 사회에서 건강관리를 위한 다양한 기술들에 대해서도 장애로 인해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당장 큰 변화들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최소한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가정용 의료기기에 대해서 만이라도 장애인도 충분히 혼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위한 노력이라도 시급히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인간의 가장 중요한 건강과 생명에 관련된 문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하고 가정용 의료기기 접근성 보장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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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래 칼럼리스트 나 조봉래는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 보조공학부를 총괄하며 AT기술을 이용한 시각장애인의 정보습득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최근에는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 원장으로 재직하며 시각장애인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장애와 관련된 세상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홀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예리한 지적을 아끼지 않는 숨은 논객들 중 한 사람이다. 칼럼을 통해서는 장애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나 놓치고 있는 이슈들을 중심으로 ‘이의있습니다’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갈 계획이다. 특히, 교육이나 노동과 관련된 주제들에 대해 대중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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