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셀오바마에게 보낸 배범준군의 편지. ⓒ김태영

임신을 못한다는 진단에 더 간절히 기다리던 첫 아이가 태어난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어찌나 발차기가 심하던지 마치 축구선수 같았던 태아가 세상에 태어나 꼬물꼬물 작은 손과 말랑말랑한 볼, 커다란 눈망울에 우리 부부는 눈을 떼지 못했다.

그 작은 꼼지락 꼼지락이 배가 고픈 건지, 안아달라는 건지, 놀아달라는 건지,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건지 어미는 어떻게 알고 따뜻한 손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잠이 들어도 아기의 숨소리에 절로 일어나게 되었다.

포근하게 안아주고 배불리 먹이고 다시 편안하게 재웠다. 아기의 모든 걸 어미는 알아챘다. 아기가 뒤집기를 하고, 일어서고, 아장아장 걸을 때 세상 누구보다도 가장 행복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어미는 내 아이의 모든 것을 아는 게 아니었구나 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어른보다 더 깊은 생각을 하기도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대견 한 일을 할 때 고맙고 흐뭇하다.

장애인에 대한 생각은 어땠을까?

지적장애인의 생각은 왜 단순할꺼란 생각을 했을까?

아니 지적장애인이 말하는 것은 생각 없이 하는 말이라고 치부했을까?

내가 지적장애인의 어미이면서 말이다.

배범준이 그린 미셀오바마 가족. ⓒ김태영

“칭찬해 줄거예요”

지난 봄 나와 딸은 세계 유명 인사들의 명연설문들을 검색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들의 연설 내용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였다.

특히 청년들에게 외치는 연설들에 집중했다. 그리고 그들의 국가관에 대한 토론을 할 때 배범준이 한마디 던진다.

“칭찬하는 거예요. 칭찬해야 해요. 칭찬해 주세요”

그러더니 “내가 칭찬해 줄께요. 안아주고 선물도 줄꺼예요”

이때만 해도 그저 하는 말이려니 하고 지나쳤다.

'정의란 무엇인가?'저자 마이클 샌델(배범준 그림). ⓒ김태영

“비켜~하고 소리지르고 얼른 119를 불러요”

마이클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던 범준군이 ‘최선의 선택은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죽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다수와 소수 선택 갈림길의 글을 읽더니 “누구도 죽는 거 싫어요. 비켜~ 하고 소리 지르고 얼른 ‘119’불러요. 왜 죽어야 해요? 브레이크가 고장이 안나게 미리미리 점검 하는 거예요”

라며 울듯이 말을 한다.

물론 저자의 의도와는 다른 해석이지만

“네 말이 맞다”고 맞장구치는 건 어미라서 일 것이다.

프랭크카프리오 판사(배범준 그림). ⓒ김태영

“사랑으로 판결하는 천사잖아요”

요즘 인기 있는 영상들 중에 유독 즐겨 보는 것이 있다.

미국의 실시간 법정 영상이다.

로드아일랜드 프랭크카프리오 판사의 판결하는 모습을 보더니

‘천사판사’라며 자신의 첼로연주를 들려줘야 한단다.

그 이유가 사랑으로 판결하는 천사이기 때문에 많이 많이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안아드려야 한단다.

쌔서미스트리트의 엘로와 줄리아. ⓒ김태영

“엘모야~~~역시 넌 내 친구야”

아기 범준의 첫 친구는 쌔서미스트리트의 엘모이다.

엘모와 만나서 뽀뽀해 주고 싶어했다. 그 이유가 어릴 적 가지고 놀던 인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엘모는 아저씨한테 천천히 설명해 주고 기다려 주었단다.

그러고 보니 ‘누들 아저씨’라는 인물은 행동과 언어가 어눌한 캐릭터였다. 그가 옷을 입거나 음식을 먹는 등의 기본 생활들을 다그치지 않고 알려 주는 것이다. 그리고 줄리아와 친구하는 것이 이쁘단다.

줄리아는 쌔서미스트리트에 새로 등장한 자폐성 장애를 가진 소녀이다. 그래서 엘모를 칭찬해 주고 뽀뽀해 주고 싶단다.

하버드대학 총장 Lawrence Bacow(배범준 그림). ⓒ김태영

“지적장애인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내 동생이 그러는데요. 하버드 대학은 제일 똑똑한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고 했어요.”

“줄리어드 대학에도 장애인이 있나요? 저처럼 지적장애인가요?”

범준군의 궁금증은 중학생 때 부터였다.

초등학교 다닐 때 장애인이라고 놀리고 때리고 괴롭혀도 스스로가 장애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중학교 1학년 때 장애등록을 했지만 모 고등학교 부장선생의 “장애인은 장애인들이 하는데로나 가세요.”란 말을 직접 들었을 때부터 그리고 지적장애인의 학업에 대한 기회가 차단 될 때마다 느끼고 있는 것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그 두 대학에 총장님을 만나서 물어보고 싶다고 한다.

줄리어드대 총장 Damian Woetzel (배범준 그림). ⓒ김태영

지적장애인 첼리스트 배범준은 뉴욕, 워싱턴, 보스턴에서 ‘소중한 인권’과 ‘평화’를 향한 첼로 버스킹을 하고 싶어합니다.

전 세계 ‘지적장애인’의 꿈과 희망 그리고 도전을 널이 알려 우리 모두가 소중한 인권이며 누구나 평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합니다.

미셀오바마, 마이클샌델, 프랭크카프리오 그리고 요요마를 만나고 어릴 적 즐겨 보았던 쌔써미스트리트의 출연진들을 만나고 싶어합니다.

그들은 모두 ‘약자를 위한 노력과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 한다’며 칭찬해주고 응원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분들이 얼마나 유명하고 바쁘신 분들인데 한국에서 오는 지적장애인을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911 추모공원과 뉴욕지하철, 한국전쟁참전용사를 위한 첼로연주 그리고 줄리어드대와 하버드 대학에 방문하여 장애인들의 학업에 대한 열망과 사회 구성원으로써 삶에 의지에 대한 버스킹을 상상하고 있는 배범준은 언제나 그렇듯 당연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싱글벙글입니다.

모두 너무도 황당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는 꿈이라 걱정으로 불면증과 소화불량으로 괴로운 어미입니다.

그러나 청년 배범준의 도전이 전 세계 지적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이 된다면, 중증장애인들 중에서도 열악한 환경으로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소외된 장애인들에게 관심과 응원이 손길이 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비장애인들에게도 포기하지 않는 열정에 끝까지 도전할 수 있는 메시지가 된다면 저 또한 더욱 힘을 내겠습니다.

Lincoln Memorial (배범준 그림). ⓒ김태영

‘세계인권’과 ‘세계평화’를 위해 ‘평화연주’를 하는 지적장애인 첼리스트 배범준입니다.

비록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배범준의 열정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희망나눔과 봉사또한 최선을 다합니다.

더 꿈꾸고 도전하고

더 나누고 봉사하며

함께 행복하고

항상 오늘보다 더 빛나는 내일을 위해

세상을 향해 용기를 갖고 평화를 연주하는 배범준

하버드 동상 (배범준 그림. ⓒ김태영

성장하고 발전하는 지적장애 첼리스트 배범준의

끊임없이 꿈을 꾸며 도전하는 그의 열정이

장애인들에게는 물론 비장애인들에게도 희망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살아도 될까요?”

“함께 살 거예요.”

“같이 살아가요.”

‘세계인권’과 ‘세계평화’를 위해 ‘평화연주’를 하는 지적장애인 첼리스트 배범준입니다.

쌔서미 스트리트(배범준 그림). ⓒ김태영

사랑하는 첼로와 평화를 연주하는 지적장애 첼리스트 배 범준의 母 김 태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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