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미소를 가득 주고받는 진과 여린 ⓒ최선영

“난 너와 함께 라면 어디든 좋아.”

“나도 너와 같이 가는 곳은 어디든 상관없어.”

지도를 펴고 가고 싶은 곳을 찾던 진과 여린은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든 좋다는 마음을 주고받으며 또 행복한 미소를 서로에게 건넵니다.

연애 3년, 그들은 3년 동안 두근두근 설레는 사랑을 했습니다. 이제 그 사랑을 영원히 함께 하기 위해 결혼을 약속했고 신혼여행지를 고르는 중입니다. 일주일 동안 고민하던 그들은 자동차로 동해를 여행하기로 합니다.

“나 때문에 차로 가는 거 아냐? 운전하면 피곤할 텐데..”

“아냐, 괜히 패키지로 가면 바쁘기만 하고.. 이렇게 여유롭게 가다가 눈에 들어오는 곳에 쉬고마음 가는 곳에 머물며 천천히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었어.”

“첫날밤은 경주에서 보내자. 첫째 날만 호텔 예약하고 둘째 날부터는 마음 가는 곳에서 머물러보자.”

"하하, 그래. 정말 기대된다.”

노트 한가득 일정과 준비물을 기록하며 이들은 알콩달콩 사랑을 속삭입니다.

여린을 배려 한 진은 결혼식 행진도 생략합니다. 대신 하객을 향해 다소곳이 예쁜 인사를 합니다. 처음부터 진은 그랬습니다. 여린이 조금이라도 불편해할까 봐, 결혼식 순서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피며 준비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 여린을 위하는 진의 마음은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커집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잘 다녀오너라. 행복한 시간 만들고.”

진과 여린은 둘만의 시간으로 떠납니다.

가슴에 풍선이라도 들어있는 걸까요? 부푼 가슴은 자꾸만 몽실 거리는 구름처럼 하늘을 동동거리며 좀처럼 내려오지를 않습니다.

“여린아, 손!”

진의 오른손에 여린의 왼손을 포갭니다.

“드디어 결혼했다. 이제 여보라고 부를까?”

“호호, 너무 어색하잖아.”

“결혼하면 여보라고 하는 거지 뭐가 어색해?”

“여봉~ 으~악!! 너무 간질거린다”

“난 좋기만 한데^^”

둘만의 간질거림이 마냥 좋은 이들은 '하하 호호'하다 보니 벌써 경주에 도착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현장체험학습 나 온 학생들처럼 첨성대 앞에서 찰 칵 사진을 찍고 수학여행 왔던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가 알지 못하는 서로의 어린 날을 들려줍니다.

해가 산뒤로 숨으려고 뉘엿거리는 시간에도 한 여름의 화끈거림은 콧잔등에 송골송골 땀을 내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시원한 카페 가자”

“그래,”

휴가철이라 그런지 카페 안은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대가 여기저기 무리 지어 앉아 시끌벅적이고 있습니다.

'힐금힐금'

앞 테이블에 앉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눈길이 여린과 진을 향해 쏟아집니다.

진과 여린을 쳐다보는 사람들 ⓒ최선영

“엄마, 저기 장애인 있어.”

건너건너편에 있던 아이의 소리도 소란한 틈을 뚫고 여린의 귀에 크게 들립니다.

“우리 여보가 예쁘니까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네.”

진은 여린에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러게. 내가 평범한 얼굴은 아니지.”

여린도 진에게 괜찮은 마음을 전합니다.

“남매야?”

힐금거리던 할머니는 기어코 말을 걸어옵니다.

“아뇨 저희 오늘 결혼한 신혼부부에요.”

“부부야? 아니, 어쩌자고...... 자네 엄마가 걱정이 많겠네.

색시, 몸이 불편하면 같은 불편한 사람 만나지 왜 멀쩡한 총각을 만나.“

진과 여린은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할머니가 한마디 하자 할아버지는 혀를 껄껄 차며 진과 여진을 안쓰러운 듯 봅니다.

"부부였어? 쯧쯧......"

이어지는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진은 여린의 낯빛을 살폈습니다. 여린은 표정관리가 되지 않아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랐습니다.

이것보다 더한 소리도 들어봤지만 하필 오늘 같은 날, 진이 자신의 표정을 살피며 당황스러워하는 것이 보여 여린은 마음이 더 불편해졌습니다.

속상해하는 여린 ⓒ최선영

“아이고, 죄송합니다. 저희 어머님이......”

할머니의 아들로 보이는 남자는 민망스러워하며 계속 말을 이으려는 할머니 손을 끌어당겼습니다.

"우리가 못 할 말한 것도 아닌데 뭐가 죄송해. 젊은 사람들이 좀 안쓰러워서 하는 말인데."

할아버지는 아들을 보며 한마디 더 덧붙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두 분 너무 잘 어울리세요. 행복하길 바랄게요."

젊은 여자는 노부부의 딸인 듯합니다. 그녀의 말이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미 마음이 상한 뒤였으니까요.

“여린아......”

“괜찮아. 이런 일 한두 번도 아닌데...... 우리 데이트할 때도 가끔 비슷한 말 들었잖아. 다만, 오늘 같은 날 저런 말 들으니까 좀 김새는 느낌이어서 그런 거뿐이야.”

늦은 밤까지 여기저기 구경하자던 그들은 가기로 한 안압지도 지나치고 그냥 호텔로 들어옵니다.

“우린 어쩌면 평생 오늘 같은 말을 듣고, 오늘 받았던 불편한 관심을 받으며 살게 될 거야. 물론 오늘 같은 날은 좋은 말만 듣고 싶었고 예쁜 시선을 받고 싶었겠지만 그게 아니면 어때, 지금 우린 행복하고 그렇게도 함께이고 싶었던 그 순간에 같이 있는데.”

“알아, 집 앞에서 헤어지기 싫어서 저만치 가다가도 또 돌아와서 한 번 더 안아주고 가던 그 아쉬운 인사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어 나도 좋아.”

“그래 우리 이 행복한 순간만 생각하자.”

“응...... 그런데 한가지 부탁할게 있어.”

“뭐든지. 말해.”

“내가 힘들 때 기댈 수 있고 기분 상하면 숨기지 않고 이렇게 삐뚤거리는 표정을 지어도 너무 마음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 자기가 이런 일 있을 때마다 너무 내 표정 살피고 마음 만져주려고 하는 게 더 힘들어. 오늘 같은 날, 하필 그런 말을 내질러대는 사람을 만나면 난 속상하고 그래.그럴 때 그냥 같이 속상해하자. 자기도 속상했잖아. 그게 진짜 부부가 되는 길인 것 같아.”

“그래.. 그럴게. 그러자. 고맙다 여린아. 그렇게 말해줘서.”

그들은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할머니 할아버지를 많이 스치며 비슷한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무 말 없이 지나치는 사람들 중에 어떤 이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을 구경이라도 하듯 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시선을 고정한 체 한참을 바라봤습니다.

진과 여린을 바라보는 사람들 ⓒ최선영

“자기야, 별로 다를 것 없는 사람들의 반응이 오늘은 거슬리지 않아. 이것도 면역이 생기는가 봐.”

“그렇지? 하하.”

“어쩌면 저것도 관심이고 자기들 나름의 마음을 전하는 표현방식이라는 생각도 들어.”

“그래... 그렇지만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관심은 숨기는 게 낫지. 무관심의 배려가 필요한데.”

“우리가 예쁘게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맞아. 장애인은 장애인을 만나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도 없어지도록. 우리 더 많이 사랑하고 그러자. 한마디로 잘 살아보자는 얘기지. 하하”

“그래, 그러자. 사랑하는데 장애인 비장애인 어쩌고 하는 이런 말 자체가 사라지도록.”

“우리 여린이 한 뼘은 더 자란 것 같네.”

"생각이 자라는 만큼 키가 자랐다면 자기보다 훨씬 더 컸겠지?"

"하하하"

진과 여린은 그렇게 또 사람들의 시선을 웃어넘깁니다.

1년 후 결혼기념일, 그들은 이번에는 해외로 자동차 여행을 떠납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그들은 진과 여린에게 그 어떤 시선도 보내지 않았습니다.

무관심의 배려가 거리에 가득한 그곳에서 진과 여린 은 우리나라에도 이런 배려가 있기를 바라봅니다.

“너무 신기해.”

“그러게. 우리가 저들을 지금 힐긋힐긋 쳐다보고 있는 거 알아?”

“호호, 정말 그러네.”

과자를 들고 엄마 뒤를 따라 뛰어가던 아이가 여린의 옆에서 꽈~당 넘어집니다.

여린이 놀라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켜 줍니다.

아이는 해맑은 미소를 보이며 여린의 손을 잡고 일어나더니 "Thank you" 하고는

엄마를 향해 달려갑니다. 돌아서서 아이를 보고 있던 엄마도 여린을 향해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지으며 멀어집니다.

손을 흔들며 가는 외국인 ⓒ최선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사회. 바로 이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며 여린과 진은 미소로 가득한 행복이 커집니다.

정이 많은 어르신들, 아직 장애인과 많이 만나보지 못해 어떻게 배려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 그들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에 대한 이해 없이 쏟아지는 관심은 마음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고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무관심의 배려가 더 필요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 이야기는 이제 우리 주변 곳곳에서 많이 만나게 됩니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의 한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을 특별하게 보는 시선들이 많습니다. 장애인과 결혼 한 비장애인에게는 일방적인 희생이 따를 것이라는 생각도 편견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모든 사랑에는 사랑마다 담겨 있는 쉽지 않은 희생과 배려가 있습니다. 그 모든 것을 안고 가는 것이 사랑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사랑만 아니라 모든 사랑이 그렇습니다.

활짝 웃고 있는 진과 여린 ⓒ최선영

장애인과 비장애인 커플을 마주할 때,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커플의 사랑을 대하 듯, 따뜻한 마음으로 예쁘게 봐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가장 큰 배려는 무관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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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영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졸업 후 디자인회사에서 근무하다 미술학원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며 핸드메이드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동화형식으로 재구성하여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언어로 담아 내려고한다. 동화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선의 폭이 넓어져 보이지 않는 편견의 문턱이 낮아지고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어우러짐의 작은 역할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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