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시 천현동에 위치한 성광학교 가는 길. 좁은 도로와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심지용

# 경기도 하남시 천현동 소재. 광주방면으로 향하는 큰 도로에서 우회전해 7분여 정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학교가 있다.

주변엔 비닐하우스가 있어 언뜻 보면 농사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일 것 같지만, 실은 장애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1984년 개교한 성광학교다.

공장으로 보이는 건물 뒤에 위치한 성광학교. ⓒ심지용

#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에 위치한 한사랑학교 주위는 산으로 둘러싸여있다. 특수교육기관인 이곳은 시내에서도 차를 타고 20~30분은 달려야 닿을 수 있는 외딴 시골이다.

근방엔 동남아에서 온 근로자들이 일하는 자그마한 공장 몇 채만 있을 뿐 민가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흉흉하다. 작은 팻말에 적힌 학교 안내판은 나무들 사이에 꽂혀 있어 눈에 띄지도 않았다.

성광학교 ⓒ심지용

# 한사랑학교에서 시내 쪽으로 나오다 보면 만나게 되는 또 다른 특수학교가 있다. 몇 년 전 삼육재활학교에서 새롬학교로 개명한 이 학교는 분원이다. 서울 봉천동에 위치한 본원이 잘 운영되자 1993년 이곳에 신축 이전해 분원을 만든 거다.

학교 앞에는 작은 개울이 흐른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물이 맑아 여름이면 가족 단위의 피서객이 와 수영도 하고,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기도 했다. 분원이 설립되기 전 해당 부지는 공동묘지였다고 한다.

한사랑학교의 위치를 알려주는 작은 안내판 ⓒ심지용

풍수지리는 미학적 과학이다. 선현들은 나라의 도읍을 정하는 일부터 집을 짓는 위치나 조상의 묘소가 자리할 터를 잡는 데 주변의 경관을 따졌다.

웅장한 산을 배경으로 강이 흐르는 곳이 정치가의 통치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명당으로 불리게 된 배경이다. 이에 입각하니 18일 둘러본 특수학교들의 위치는 하나같이 명당이었다.

한사랑학교 가는 길 ⓒ심지용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한 헌법 제31조 1항은 대한민국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하고 있지만, 그동안 장애인은 예외로 치부되어 왔다.

70~80년대만 해도 학교를 다니지 못해 집에만 있던 장애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엔 특수학교에 대한 대중들의 왜곡된 인식도 크게 한 몫 했다.

주민들의 반대로 특수학교 설립은 어렵고, 그렇다고 일반학교엔 편의시설이 없었기에 장애인들의 교육권은 제대로 지켜질 수 없었다. 해서 그나마 주민들 눈에 띄지 않는 곳이라야 특수학교 설립이 가능했다.

한사랑 학교 ⓒ심지용

이처럼 산 좋고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에 지어진 특수학교는 장애학생들의 건강을 염려한 지역사회의 배려가 아니었다. 싫은 것과 이상한 것 그래서 보기 싫은 것은 멀리 치워버려야 한다는 배제의 논리가 생산한 상품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산 속 깊은 곳에 장애인들을 유배시킨 사회는 입으론 통합을 말하지만, 행동으론 여전히 차별과 분열을 일삼는다.

근래에 와서 특수학교에 대한 우호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설립에 대한 반대가 과거보다 줄었다 해도 여전히 부정적 시각이 존재한다.

선거를 앞두고 개교예정이었던 학교들의 계획이 당초보다 미뤄진 것도 그래서다. 표를 받아야 하는 의원들에게 특수학교 설립을 밀어붙이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변의 가치는 함께 숨 쉴 수 있는 공간에서 공존해야 미운 정이라도 생긴다는 사실이다. 특수학교가 설립되느냐 마느냐를 걱정해야 하는 판국에 도심 속 중심지에 짓자는 오지랖 넓은 주장을 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아민 전국특수교육학과대학생연합회 수도권 지부장은 한발 더 나가 “특수학교를 짓고, 주말 등 학생들이 없는 시간에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며 “특히 그곳에서 지역 주민을 위한 장애인식개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굳이 주민들과 공유할 방안까지 설립 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게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래야 한다면 특수학교를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허브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도심 한 가운데 우뚝 서서 장애인식개선의 허브역할을 하는 특수학교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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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용 칼럼리스트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전공했고, 중앙일보 대학생 페이스북 페이지 ‘나도 칼럼니스트’에 5년간 기명칼럼을 연재했다. 2013년 12월부터 1년 간 KBS <사랑의 가족> 리포터로, 2017년 5월부터 약6개월 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블로그 기자로 활동하며 장애 문제를 취재해 사회에 알리는 일을 했다. 장애 청년으로 살며 느끼는 일상의 소회와 장애 이슈에 대한 생각들을 칼럼에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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