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에서 판매하고 있는 '그래도 괜찮은 쿠키'. ⓒ서인환

텀블벅에서는 장애인주간을 맞아 ‘그래도 괜찮은 쿠키’를 판매하고 있다. 이 쿠키는 장애아동을 돕는 가장 맛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번 판매를 기획한 사람들은 캠페인 크리에이터스 ‘D-1’이다. 그리고 이번 기획을 시즌2라고 이름 붙였다.

이 캠페인을 접하니 참으로 궁금한 것이 많이 생긴다. 먼저 ‘D-1’이란 것도 생소하다. 이 사람들은 캠페인 전문가들이다. 지속 가능한 캠페인을 기획하는 사람들이다. 시즌2라고 하였으니 시즌1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맞아 시즌1이 진행되었다. 여기에서 1000만원 상당의 후원금이 조성되어 장애아동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달했다.

한 사람이 이 쿠키를 구입하면 장애아동 한 사람에게도 이 쿠키가 선물된다. 즉 구입자도 맛있는 쿠키를 맛보겠지만 장애아동에게 선물을 보내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수익금의 30%는 후원금이 되어 장애아동에게 선물이 전달된다. 시즌1에서는 겨울철을 따뜻하게 보내라고 목도리도 선물로 보내졌다.

단순히 선물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장애아동을 방문하여 같이 쿠키를 먹으며 즐거운 대화시간을 가졌다. 대화나 소통에 음식은 최고의 매개체다.

사람 모양의 쿠키를 먹는다고 식인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 모양의 쿠키이니 그냥 먹기가 좀 부담스러운 것은 고정관념이다. 영어 알파벳 과자를 먹듯이 맛을 봄으로써 소통하고 즐기는 방법일 뿐이며, 늘 일상에서 대하는 사람들처럼 친근하게 예쁜 쿠키를 재미있게 맛보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예쁜 쿠키에 팔이 하나 없거나 다리가 하나 없는 쿠키들이 포함되어 있다. 장애인이다. 장애인 모양의 쿠키란 조금 모양이 다를 뿐 불량품이 아니며, 맛에 전혀 다름이 없는 완전한 쿠키라는 것을 캠페인으로 하고 있다. 장애의 개성과 고유성, 완전성을 체험하는 쿠키이다.

이론적으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깊은 맛을 기억하게 함으로써 장애인에 대한 친근함과 조금 다를 뿐 그 차이가 사실은 모양에 불과하다는 것을 오래 기억하게 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장애 쿠키의 경험은 충격과 추억이 되어 신선하게 오래 뇌에 새겨진다.

이번 기획은 장애인의 날을 홍보하는 것과 장애 인식 개선과 장애아동들에게 선물을 전하여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것이다. 꿈이나 희망, 극복 등의 이미지는 전혀 없다. 단지 지지를 해 주고 같이 해 주며, 모두 같은 한 인간임을 일깨워주고자 함이다.

쿠키 세트에 동봉된 엽서에는 ‘괜찮아, 이 쿠키는 불량이 아니야. 모양이 익숙하지 않을 뿐 똑같이 맛있는 쿠키야. 다양한 모양의 쿠키처럼 우리는 각자의 모습대로 괜찮은 사람들이야. 그대로의 모습이 괜찮아서 그대로 구워낸 쿠키’라고 적혀 있다. 수제 쿠키라 기계로 찍어낸 것이 아니어서 쿠키마다 모양도 조금씩 다 다르다.

주문한 쿠키는 기념 뱃지와 엽서와 함께 배송되며, 판매 기간은 오는 28일까지이다. 그리고 수익금은 한국장애인재단에 기부된다. 20일 현재 수익금 총액은 약 1000만원이다.

초등학교 학생이나 어린이집 아동들에게 이 쿠키를 주면서 장애 인식 개선 교육을 해 보았는데, 아이들이 매우 집중도가 좋고, 이해가 높았다. 거부감이나 그릇된 인식을 보이지 않았으며, 장애아동 역시 불쾌감을 갖지 않았다.

사람 모양이라서, 장애인 모습이 있어서, 먹는 것에 장애 쿠키가 있어서 등의 우려는 오히려 장애 인식이 부족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극히 일부 사람들의 우려에 불과했다. 장애 이미지를 상술로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곡해도 우려에 불과했다. 취지에 동참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캠페인의 성공으로 이끌어 주었다.

이러한 뜨거운 호응에 필자도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시즌1에서 쿠키를 몇 세트를 구입하여 장애 인식 개선 사업을 하고 있는 단체와 친분을 가진 장애인들에게 선물해 주었다. 선물을 받은 사람들은 늘 장애인이 우리 주위에 있음을, 그리고 비장애인이 따뜻한 이웃으로 함께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아주 기발하고 발칙한 아이디어라고 감탄하였다.

외국에서는 유아 TV 프로그램에 장애 아동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도록 하여 거부감이나 차별감을 갖지 않도록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양말이나 스푼, 인형 등에도 장애인 디자인을 넣어 늘 장애인을 이웃으로 생각하게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쿠키에 이러한 장애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은 생소하기도 하고 파격적인 것 같기도 하였으나, 이제 그만큼 우리 사회도 장애인을 수용하는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한 결과가 아닌가 한다.

제과제빵 명인들이 이 쿠키를 만들면서 장애인을 생각하였을 것이고, 그러한 아름다운 마음과 손들이 만들어 내는 쿠키라면 더욱 맛있고 정성이 들어가 단순히 맛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장애인을 초대해 함께 식사를 한 기분이 들 것이고, 품격 있는 문화운동에 참여하고 생각하는 뿌듯한 간식 시간을 통해 사회적 책임감과 마음 아름답게 가꾸기에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러한 의미를 가진 식사나 간식시간은 우리 음식 문화에서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새로운 메뉴의 도전, 대장금과 같은 전문 셰프로부터 대접 등의 수준을 넘어 최고 수준의 식사가 아닌가 한다.

한편, 해피빈에서는 ‘작은 움직임으로 만드는 변화’라는 주제로 장애 인식 개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주로 인식 개선을 위해 보여주는 콘텐츠는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서로 우정을 나누거나 운동 경기 등에서 서로 역할을 잘 맡아 즐기는 모습, 장애 아동 친구를 위해 다 같이 수화를 배우는 우정 등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네이버 해피빈에 직접 후원을 할 수도 있고, 이 캠페인에서 댓글을 달면 주어지는 콩을 모아 후원을 할 수도 있다. 20일 현재 캠페인을 시작하자마자 모아진 후원금은 120만원을 넘겼다.

이 후원금은 기금이 되어 사회통합과 장애인자립을 위한 지원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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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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