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등법원 제25민사부는 4월 13일 양평 은혜재단의 현 대표이사가 자격 무효라는 판결을 결정했다. 1심에서의 전 대표이사의 가처분 결정을 취소한 결정이다.

이 사건의 판결문에 따르면, 시설 설립자가 2000년 은혜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해 오다가, 2014년 경 회계부정으로 인하여 형을 받고 더 이상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자, 나사렛대학교 김종인 교수를 이사장으로 선임하였다.

은혜재단 설립자가 형을 마치고 다시 은혜재단을 차지하기 위해 전 대표이사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 사표를 종용하여 사직서를 내게 하였다. 전 대표이사가 2016년 12월에 사직서를 제출하자 후임 이사를 선출하는 이사회를 전 대표이사가 소집하여 개최하지 않고, 전 대표이사와 뜻을 같이하는 이사들까지 사직서를 종용한 다음, 이사 정족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양평군에 보고하여 양평군수로 하여금 임시이사를 선임하게 하였다.

전 이사회는 이사 정족수가 되어야 결정 효력이 있으므로 한 사람씩 이사를 교체하려고 하였으나, 한 번에 사직서를 내게 한 다음 일괄 사직처리하고 그 결과 이사 정족수가 되지 않자 임시이사를 군에서 임명하도록 하였다.

순리대로 하면 자신들이 법인을 재탈환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점령군이 된 것이다. 한 번에 자신들의 거수기가 있어야 마음대로 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전 대표이사가 사직서를 내었으나 이사회 개최를 하여 후임을 선출하기 위하여 사직서를 보관시킨 것이지, 대표이사 자격이 종료된 것은 아니라며 계속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보려 하자, 제출된 사직서를 양평군에 제출하고 양평군수가 선임한 이사로 등기를 마치고는 전 대표이사의 자격에 대하여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였다.

서울 고법은 사직서가 이사회에 보고되어 이사회에서 수리되고 후임이 선출될 때까지는 사직서의 효력이 없으며,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사의를 철회하였으므로 사직서의 효력이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임기가 2017년 7월로 만료된다고 하더라도 후임이 합법적으로 선출되기 전까지는 자격이 유효하다고 하였다. 즉 함법적 후임 대표이사가 현재 없으므로 지금도 전 대표이사가 유효하다는 것이다.

양평군수가 사의를 철회하였으나 법인 사무국에 보관시킨 사직서를 법인 간사로부터 제출받고 새 이사를 선임하고 등기를 마쳤다고 하여도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모두 무효라고 하였다.

이러한 결정은 두 가지 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첫째는 시설은 설립자가 사유화할 수 있는 재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를 위해 법인을 설립하여 기여하였다고는 하지만 시설이 설립자 가족의 또 다른 수익모델이나, 일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설의 운영에 있어 사업비와 운영비, 인건비를 국가가 보조하는 이상 그리고 법인이 된 이상 법인은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법인은 사회의 공동 자산인 것이다. 가족화되고 대물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곳이어야 한다.

운영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 되면 임시로 바지대표를 내세우고 다시 시기가 되면 되찾는 물건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설립자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기회로서 운영자로서 남는 경우라 하더라도 합법적 범위 안에서 자연스러워야 한다.

둘째는 관피아에 의해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은혜재단의 한 이사는 법인 설립 당시에는 양평군청의 허가 부서에서 일한 사람이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이 공무원을 그만두고 갈 수 있는 자리로 법인을 생각하면 관피아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앞으로 갈 자리이므로 법인 편이 되어 공평하지 않은 행정을 할 것이다. 그리고는 법인 편에 서서 공무원으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편법에 사용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이 되기 쉽다.

현재 다른 시설에도 전직 사회복지 공무원들이 많이 포진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계속해서 사회에 봉사하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시설장이나 이사를 맡은 이상 시설과 행정당국의 중간 역할로서 문제를 해결하거나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 일에 치중하다 보면 무리가 따른다. 복지 브로커가 되는 것이다.

순수한 펜클럽의 힘을 빌려 자신의 능력을 보이고 기여한 대가를 요구하며 이익을 추구할 경우, 오히려 사회에 폐를 끼치게 됨을 댓글 파워 블로그 사건에서도 볼 수 있다.

전 이사장에게 사직을 종용하고, 수리도 되지 않은 사직서를 군청에 접수하고, 군청에 사직서가 무효라고 공문으로 통보를 했음에도 군수로 하여금 임시이사를 선임하고 등기를 하여 무리가 된 것은 관피아의 개입이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다.

관리를 하고 바로 이끌도록 감독과 지원을 해야 할 군청이 오히려 법인의 불법을 눈감아주고 협력하는 모습이 있는 이상 시설의 비리와 지역 호족으로서의 권력은 막을 수가 없다. 그러한 권력이 생기면 이용자를 함부로 대하고 인권침해에 대하여 아무런 감수성도 없이 이용자 위에 군림하면서 법인을 사유화하고 말 것이다.

장애인을 위해서라는 것은 명분이고, 자신들을 위해 시설이 존재하는 것이라면 이용자는 하나의 전시품이고, 명의만 빙자하게 하는 도구에 불과하다.

장애인복지법에서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정원 30명을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였으나, 소규모화를 통한 이용자의 인권보장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별한 경우는 정말 어쩔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빠져 나갈 조항을 만들어 놓고 모두가 다 특별한 경우로 운영되고 있어 정원 30명 이하라는 것은 그저 법조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관 출신 공무원이 시설장이나 운영진의 한 사람이 되고, 시설의 비호세력이 되어 관과 연결고리가 되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설이 오히려 관을 조정하는 이상 장애인의 인권은 지켜질 수 없다.

은혜재단에서 전직이 공무원이라는 것만으로 판피아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양평군이 무리하게 시설 설립자의 편에 서서 자신들의 행동이 곧 법이라는 식으로 밀어붙여 다시 법인을 찾아가는 결과는 관피아를 의심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을 우리는 함리적 의심이라고 한다.

은혜재단이 조속한 정상화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여 삶의 질을 보장하는 재단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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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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