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제22조는 정보에의 접근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다. 제1항에서는 방송통신 시설의 개선을 위해 국가가 노력하도록 하였고, 제2항에서는 방송접근권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제3항에서는 수어 통역과 시각장애인을 위해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접근성 보장의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다. 방송과 인쇄물에 제한하고 있으며 뉴스나 국가적 행사에만 적용하고 있다. 일상의 방송이나 뉴스, 행사와 각종 인쇄물에 대한 적용이 아니다.

그러므로 시각장애인들에게 출판 서적의 접근성이나 물품이나 약품에 대한 정보의 접근성은 해결되지 못한다.

국가적 행사인 국경일의 기념식에나 적용되는 규정이다. 행사의 방송에서 접근성을 보장하고, 행사 관련 인쇄물에서 접근성을 보장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접근성 보장의 책임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국한된다. 민간이 하는 행사의 경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요청할 수 있으나, 반드시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이고, 그 요청을 민간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일상생활에서의 방송 접근이나 정보화 사회에서의 디지털 정보의 접근성, 생필품에서의 정보 접근성에 대한 것들이 국경일 행사의 정보접근보다 더 필요한 민생의 문제일 것이다.

최근 장애인복지법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변환용 코드’를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란 문구로 개정하였다. 음성변환용 코드는 무엇이고, 인쇄물 접근성 바코드는 무엇일까?

우리는 전자 메모리인 디스크나 USB 등에 전자파일을 저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는 파일 형태가 아닌 종이 위에 암호화하여 저장할 수 있다. 종이는 글이나 그림만을 기록해 두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내용을 보지 못하는 메모리 역할도 할 수 있다.

일종의 바코드다. 막대그래프 모양의 일차원 바코드는 숫자 코드를 담고 있다. 이 코드는 컴퓨터 등에서 사람 이름을 찾듯이 해당 숫자를 찾으면 그와 연결된 각종 정보를 볼 수 있다. 일차원 바코드는 일종의 색인기호이다.

막대선이 아닌 무수한 점으로 암호화하여 사각 코드 안에 담아두는 이차원 바코드가 있다. 이는 코드 안에 필요한 내용을 직접 담고 있다. 코드 하나에 수천의 글자가 암호화되어 있다.

유니코드나 컬러코드의 경우에는 삼차원 바코드로서 코드 하나에 10억 자의 글자도 담을 수 있다. 일차원 바코드는 4바이트 메모리이고, 이차원 바코드는 4메가 바이트 메모리이며, 삼차원 바코드는 4기가 바이트 메모리인 셈이다.

일차원 바코드는 주로 물품 분류에 사용하고, 이차원 바코드는 종이 위의 텍스트를 스캔하여 자동 입력할 때 주로 사용하고, 삼차원 바코드는 건물, 교통, 지도 등에 대한 정보와 이용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점자나 음성변환용 코드란 이차원 바코드를 이용하여 텍스트 내용을 읽어서 텍스트를 점자단말기에서 점자로 보거나 스마트폰에서 텍스트 음성으로 듣게 해 주는데, 음성변환용 코드를 인쇄물 접근성코드로 이름을 변경하고 보니 범위가 더 넓어졌음을 알 수 있다.

점자나 음성변환용만이 아니라 저시력인을 위한 확대글자를 보는 데에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일차나 삼차원 바코드를 이용하여 물품이나 약품, 보행이나 안전에 대한 정보를 얻는 데에 사용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사용한 음성변환용 바코드는 시각장애인 전용 리더기를 사용하여 왔으나 최근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접근할 수 있다.

보이스아이라는 앱을 설치하면 스캔이란 메뉴를 이용하여 이차원 바코드를 읽어들이고 인쇄물에 이 코드가 들어 있기만 하면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을 독서기로 사용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은 보이스아이라는 앱을 이용하여 카메라로 저시력인이 확대글자를 볼 수도 있고, 이차원 바코드를 읽어들여 확대하여 글을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보이스아이는 일차원 바코드를 읽어들인다. 물품정보라는 메뉴를 이용하면 제품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읽어 물품이면 물품유통진흥원에서 분류하고 있는 물품의 정보를 연결하여 제품의 규격, 제조사, 사이즈 등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으며, 약품의 경우 식약청의 코드 분류를 이용하여 약품의 상세 정보를 알 수 있다.

약품의 설명서에 나와 있는 효능이나 부작용 등의 정보는 글자가 너무 작아 비장애인도 보기 어렵다. 그러나 보이스아이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확대된 글자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시각장애인들은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점원에게 물품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물어보지 않고 바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인식하여 정보를 얻을 것이다.

판매되는 약품이나 물품의 정보를 시험해 보았더니 어떤 물품이든 정보를 제공해 주도록 매우 신기하고 우수한 기능을 발휘하였다. 바코드 위치만 알면 대충 갖다대기만 하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초점을 맞추어 읽어들였고, 식약청이나 물품유통진흥원의 정보는 모든 물품의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였다.

서적의 경우 도서분류 바코드를 촬영하면 아직 국립중앙도서관의 납본정보 시스템과 연결이 되어 있지 않아 저자나 출판사 도서명 등은 읽지 못한다.

이런 경우라면 녹음메모 메뉴를 이용하여 자신의 목소리로 정보를 입력하여 두면 다음에 그 바코드가 인식될 경우 그 정보를 찾을 수 있으므로 시각장애인이 랜드마크나 자신의 물품분류에 활용할 수 있다.

보이스아이는 주변검색이란 메뉴를 통하여 주변의 건물이나 상호를 찾아볼 수 있는데, 몇 미터 거리에 무엇이 있는지 GPS 정보를 텍스트로 제공한다. 그리고 비콘을 이용하여 건물 구조나 점자안내판의 정보도 읽을 수 있다.

문제는 점자촉지도나 점자안내판을 대용할 비콘의 설치를 얼마나 활성화하는가의 문제인데, 이는 앞으로 법의 개정도 수반되어야 할 문제이다.

현재 공문서는 상당수 이차원 바코드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 시각장애인의 접근성도 개선되지만, 문서를 컴퓨터로 읽어들여 전자파일로 문서관리가 가능해진다. 민원서류는 바코드가 사용되고 있어 시각장애인도 내용을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법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민간이 인쇄물 접근성을 준수하도록 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어차피 일차원 바코드는 사용하고 있다. 이차원 바코드 하나만 추가하면 접근성은 더욱 개선된다.

그리고 국가적 행사가 아닌 일상 서적이나 제품에 인쇄물 접근성을 제공하도록 하였다면 어차피 물품 분류를 위한 일차원 바코드에 식약청이나 국립중앙도서관, 물품유통진흥원의 정보제공만 있으면 안정적으로 접근성이 가능해진다.

다만 서적의 경우 텍스트 내용을 읽도록 이차원 바코드를 삽입하는 것을 권장할 것인가, 의무화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데, 이는 권장으로 하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과 출판협회나 도서관에서 도서분류 바코드를 인식하면 서버의 페이지별 바코드를 다운받아 읽도록 앱에서 제공할 수도 있어 인쇄물 접근성은 해결될 수 있다.

매우 손쉽게 인쇄물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있음에도 장애인복지법에서 국가적 행사에 한정한 것은 너무나 아쉽다. 그리고 편의증진법에서 이 인쇄물 바코드를 점자안내판이나 촉지와 병행하도록 개선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반만의 접근성 보장정책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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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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