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이 2015년 1월에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건축물은 의무적으로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 인증을 받도록 개정되었고, 그해 7월에 시행령 제5조의 2를 개정하여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의무시설의 종류를 정하였는데, 교육시설을 포함하여 거의 모든 시설물들이 이에 포함되었다.

BF인증이 활성화되지 못하여 연간 100여건에 불과하던 인증실적이 의무화됨으로써 인증업무량이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자, 국토교통부는 2016년 9월에 BF인증기관 추가공모를 실시하였다.

추가인증지정을 위하여 소집된 BF인증운영위원회(보건복지부, 국토부, 학계, 업계, 장애인계, 시민단체 등 10명)에서는 BF인증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인증기관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증의무화가 되지 않아서이므로 추가지정은 오히려 인증의 질을 떨어뜨릴 위험성이 있으며, 기관의 수를 늘리는 것보다 현재 인증기관의 역량을 강화하여 용량을 키우는 것이 우선과제라는 주장이 있었다.

편의증진법은 복지부와 국토부가 3년씩 돌아가면서 주관하는 법으로, 당시 주관업무를 맡은 국토부에서는 BF인증기관을 늘리는 것이 활성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신중하게 조금씩 확대하자는 의견이 우세하여 한국장애인개발원, 한국장애인고용공단, LH공사 외에 한국생산성본부 한 곳만 추가하고, 6개월 후에 추가로 선정하자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이에 국토부는 6개월 후인 2017년 3월에 추가공모를 하였고, 3월 27일 생산성본부 회의실에서 이를 심의하기 위한 BF인증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지난 공모에서 탈락한 건축 관련 기관과 단체들이 거의 그대로 다시 신청을 하였는데, 한국감정원,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한국환경건축연구원, 한국건축물에너지기술원 등이 공모에 응하였다.

위원 중 한 사람이 심의 시작 전에 진행발언을 통해 추가모집에 대하여 어느 정도 확대할 것인지에 대한 사전회의가 필요하였고, 공고 이전에 이러한 회의가 없었다는 것에 대하여 아쉬움을 말했다.

그리고 1개월간 인증기관들의 실적 등 자료에 대한 조사를 직접 하였다며 자료를 공개하였다. 자료 내용에 의하면 인증의무화가 실시되면서 연간 100여건이 600여건으로 늘어난 것은 사실이나, 4개 인증기관의 직원 24명이 1인당 연간 45건의 일을 처리할 수 있어 10여명을 추가로 증원할 계획이 있으므로 인증업무의 처리능력이 1천여건이 되어 추가로 인증기관을 지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하여 민간건축물이라 하더라도 녹색인증과 같이 인센티브나 법적 의무화의 확대 등을 통하여 BF인증의 활성화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난 후 인증기관의 추가 확대지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다.

생산성본부의 경우 올해 단기간에 상당한 업무를 처리하고 있어 인증기관 중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공공기관의 특성상 적극성이 낮은 이유이지 업무가 과다하여 추가공모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BF인증기관이기는 하나 건축물에 한하여 인증심사를 지정받은 것이므로 종합으로 공원이나 교통시설의 인증까지 확대하고자 신청을 하였는데, 회의 순서상 기존 지정기관의 사업 확대를 먼저 심의하자는 식순에 대하여 기존지정 기관이나 신규 신청 기관이나 동등한 위치에 놓고 심의를 같이하지 않고 분리하여 기득권자를 먼저 심의하는 것에 대하여 이유를 묻는 위원도 있었다.

2년 간 공원은 BF인증을 받은 실적이 불과 4건에 불과한데,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추가로 인증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별 이득이 없다는 주장과 그렇다고 LH공사가 독점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라는 주장이 맞서 한국장애인개발원은 교통전문가를 추가로 채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종합으로 인증심사를 하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추가로 인증기관을 지정하면 기존 인증기관들이 엄청난 타격을 받고 시장이 혼란해진다는 주장과 왜 기존 인증기관들의 입장에서 그들을 보호하는 결정을 해야 하느냐, 자유경쟁으로 스스로 운영을 잘 하여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맞섰다.

이러한 논쟁을 1시간 반 가량 하는 바람에 심사를 받기 위해 대기하던 발표자들은 회의장 밖에서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더 이상 논쟁을 할 수 없어 일단 발표를 듣고 다시 논의하기로 할 수밖에 없었다.

신청자들의 발표를 듣고 다시 추가를 어느 정도 인증기관을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었는데, 학계와 시민단체로 참석한 위원들이 녹색건축 인증과 에너지효율인증의 경우 인증을 받은 건축물에 대하여 용적률 등 인센티브제를 실시하고 난 후 인증심사가 활성화되었으며, BF인증의 경우도 그러한 인센티브가 필요한 것이지 현재의 인증기관을 보호하기 위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과, 인센티브가 이루어져 확대하는 것은 환영하지만 인센티브 제도 도입이 이루어진 후 심시기관이 확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거수로서 몇 곳을 추가로 지정할 것인가를 정하기로 하였는데, 하나도 안 된다는 위원, 한 곳만 지정하고 서서히 문을 열자는 위원, 두 곳, 세 곳, 네 곳, 모두 다 신청자를 지정하자는 등 각자의 의견이 전혀 일치하지 않았으나 다수결에 의해 세 곳을 추가로 지정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BF인증심사기준은 정량적인 항목보다 정성적인 항목이 많아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복지부 강인철 과장은 장애인의 감수성이 필요한 것이 BF인증으로 객관적 기준은 중요하지만 이용자의 입장에서 단순한 조건의 충족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애인계에서는 단 한 사람만이 위원으로 참석하였기에 복지부의 이용자의 입장을 대변한 것은 매우 큰 도움이 되는 말이었다. 한국감정원은 심사의 시스템화와 통계를 통하여 BF 인증심사와 감정원의 역량을 통하여 건물의 가치를 높여나가겠다는 것과 이사회 회의록을 통하여 이 사업의 참여 근거를 확실히 밝힘으로써 좋은 점수를 받았고,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은 교육부 산하 단체라는 점에서 학교시설을 위주로 심의하겠다는 주장이 BF 인증심사의 다양한 부처의 협력 차원에서 선정이 되었다. 학교의 BF심사를 독점해 버리는 것이 아니냐, 교육부 산하 학교시설의 전문화가 다른 건축물과 심사의 척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양하게 BF인증을 활성화한다는 의견이 우세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환경건축연구원도 착실한 준비와 자격기준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었다. 한국건축물에너지기술원은 전문가를 채용하여 매일 인증심사실습을 하는 등 많은 노력은 인정되나 서울시의 인가기관으로 녹색인증은 정관에 있으나 이에 포함하여 BF심사를 한다는 것이 정관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탈락하게 되었고, 한국환경기술원은 환경부 산하인데 다른 부처의 참여를 통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3개 단체 선정 후 다시 제기되었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현재 기존 인증기관에서 전문가를 스카웃하여 벌써 시장이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고, 그러한 것은 자연스럽고 BF인증의 활성화를 위한 좋은 의미도 있다는 해명 등 하나의 주장에 반론이 거세게 일어나면서 회의는 저녁 6시를 넘겨 겨우 마무리되었다.

이제 연간 1천여 건의 BF인증심사를 두고 7개 심사기관이 경쟁을 하게 되었다. 심사의 70퍼센트를 처리하던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추가로 선정된 심사기관에서 녹색인증 등 다른 인증과 패키지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경우 BF만을 하는 한국장애인개발원으로서는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다.

어쩌면 공기관으로서 직원을 추가 채용하기 어려운 곳으로서는 심사실적에서 도태될지도 모른다. 심사기관이 다수로 늘어난 지금 BF인증 심사운영기관을 정하여 심사기관에게 종합적 네트워크를 갖고 감독기능과 조정기능, 연구기능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운영기관이 필요할 것인데, 한국장애인개발원은 그러한 운영기관으로 지정하는 조건에서 현재의 인증심사를 정리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면 수용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추가로 운영기관의 역할을 할 수는 있으나 인증심사를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답하였다.

인증심사 기관으로 신청한 모든 기관의 공통점은 사회공헌을 많이 한다와 이익추구는 하지 않고 기여를 하겠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BF인증운영위원에게 이러한 말은 설득력이 없었다. 운영기관에 대한 논의는 편의증진법 주관부처가 4월을 기점으로 복지부로 넘어오면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