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발달장애인들은 최고도장애일 경우 3세 수준, 경도장애일 경우 평균 12세 수준 정도의 정신적 발달에 이르게 된다. 즉 나이는 스무 살이지만 초등학생 정도의 인지력과 기능을 가지고 사회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비장애학생들도 마찬가지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은 학습과 단체생활훈련 정도일 뿐, 다양한 직업과 역할, 사회적 관계와 경제, 정치, 문화 등 실제적인 삶의 양식에 대해선 거의 모르는 채로 성인기를 맞게 된다.

이러한 비효율적인 학업 위주의 교육과정 문제는 일단 차치해두고, 작금의 현실에서 졸업 후 발달장애 성인들이 사회에서 적응이 가능한가를 생각해보자.

비장애 성인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아르바이트 등 직업 경험을 통해 실질적인 사회를 배우기도 하고, 실업계 고교 등에서 기술 자격증을 따낸 이들은 취업을 통해 경제적 자립과 함께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게 된다. 그러나 발달장애 성인들은 최대한 노력해서 초등학생 수준까지 기초학습과 생활태도를 익혔지만, 발달장애인에 특화된 커리큘럼이 없는 대학 진학, 장애 특성에 대한 인식이 부재한 취업현장, 특별한 재능을 가졌어도 장애특성이 고려되지 않은 자격인증시험 등으로 인해 대부분 부적응 상태로 좌절하게 된다.

그리하여, 인지력과 기능 면에서 상하 수준을 나누어 주간보호센터와 직업훈련시설의 2~3년 기간 서비스가 제도적으로 마련되었다.

주간보호센터는 말 그대로 보호 위주의 기초생활훈련에 그치는 프로그램으로 개별적 재능 계발이나 치료 지원이 없으므로 이용자의 발달 상태는 진보 없이 유지될 뿐이다.

직업훈련시설도 종이백 접기, 나사 끼우기 등 단순작업과 일기쓰기, 수 계산, 그리고 일상생활 훈련 등 전문적으로 특성화된 영역이 없이 집단형태의 학교교육과 별반 다르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 직업현장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업무 영역 개발이나 전문적 분장 연구 등이 협업적으로 이뤄져 있지 않기에, 취업률만 높였을 뿐 잦은 퇴사와 이직 등 근무 지속력과 성장에 대한 책임도 부재한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은 성인기 이후 가정에 방치된 70% 가량의 중증발달장애인을 재활시키고 지속적으로 발달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개별적 재능 계발 및 실제 직업 현장과의 공동 연구 프로그램으로 사회통합적인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에서 드럼을 치는 아들. ⓒ김석주

평생교육은 단지 학교교육의 연장만이 아니다. 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평생교육 요구조사(김기룡 외, 2014)에 의하면 기초문해, 학력보완, 문화예술, 인문교양, 직업능력, 시민참여 등 6개 분야의 개설을 희망하고 있다.

기존의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기관의 현황을 보면 문화예술인들과 각 산업실무 분야 전문가들이 교육현장의 주를 이뤄 자율적 경쟁으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즉 다양한 자격과정들과 수준 높은 취미활동, 그리고 인문예술 및 사회경제 분야 등 수요자를 중심으로 한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 발달장애인의 욕구도 비장애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평생교육의 설계 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법을 보면 경영관리 및 교육직에 평생교육사, 특수교사, 사회복지사, 직업재활사 등으로만 구성되어있는데 이는 발달장애 성인의 삶을 기존의 보호와 직업재활의 양 영역으로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경직된 관점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특수교육은 유아부터 고등부까지 학령기의 발달 단계로 연구되었고 학교현장에 적용되어져 왔다. 즉 성인기 이후 삶의 양태와 욕구, 유형들에 대해선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장애적 특성에 대해 기타 직업군보다 더 실질적인 파악과 조력을 할 수 있고, 삶에 있어서 필수적인 기초학습, 생활교육 등 기본교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담임으로서의 학생관리 역할은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외의 다양한 전문분야들에 대해선 학령기 프로그램 이상의 질적 제공을 해 줄 수 없다.

직업훈련 프로그램의 좋은 사례로 서울에서 설립 중인 커리어월드의 경우 이랜드, 우체국, 베어베터 등 기존 기업과 연계하여 훈련센터 안에 현장과 똑같은 인테리어로 작업 공간을 마련하고 2년의 훈련기간 동안 실무경험을 함으로써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하였다. 평생교육은 기업 현장과 훈련센터 사이 연결되는 선상에서 이와 같이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실무적 자격과정과 보수 과정 등을 연구하고 전문화, 세분화시키는 중간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근래에 들어 발달장애인들이 우수한 재능을 드러냄으로써 기업후원이나 법인, 협동조합 또는 종교단체 등의 지원으로 오케스트라 및 밴드, 아웃도어 및 레저 체육활동, 연극, 댄스팀 등 자조적 동아리까지 다양한 그룹들이 형성되고 있으며, 공연이나 전시회 등으로 지역사회의 인식개선 역할까지 해내고 있다. 이렇게 민간 주도적으로 진행되는 현실적 욕구와 발전 상황들에 대해 평생교육과정에서는 앞서 조사하고 준비해야 할 것이다.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은 이와 같이 산업현장의 실무자, 문화예술 전문가, 각 분야 치료사 등 다양한 강사와 자문위원을 확보하고 커리큘럼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다만 외부강사의 경우 발달장애의 특성이나 교수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효과적인 교육을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키는 일들이 종종 발생함으로, 이에 대한 예상과 보완으로 자격인증 및 보수과정 등 세부적 마련도 필요하리라 본다.

그리고 운영 과정에서 교육기관 내부 시설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체육시설이나 야외 공간, 공연장이나 실습장소 등 다양한 외부기관과의 협약 등을 통해 지역적 네트워크와 사회 통합적 인식 개선까지 체계적으로 구축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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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주 칼럼니스트 청년이 된 자폐성장애 아들과 비장애 딸을 둔 엄마이고, 음악치료사이자 부모활동가로서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을 만나고 있다. 현장의 문제와 정책제안,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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