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기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나 직업재활시설 등의 공급 부족으로 오갈 데 없이 가정에 종일 방치됨으로 인해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들이 최근에야 사회적으로 인식되어 평생교육법 등이 제·개정되고 있다.

2015년 11월부터 시행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6조에서는 평생교육의 기회가 충분히 부여될 수 있도록 특별자치시·도·군·구별로 평생교육기관을 지정 운영하도록 하며, 기준과 절차, 제공인력 요건 등은 교육부장관이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 정하도록 명시하였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 법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서울시의 부모들은 한여름 42일 동안의 농성과 릴레이 삭발로 겨우 협의회를 구성해내었고, 가을까지 계속된 농성을 통해 20개구 이상에서 평생교육시설 설치 등의 확답을 얻어내었다. 그리고 경기도와 대전 등 각 지역에서도 발달장애당사자와 부모들의 여러 날 천막농성을 통하여 힘겹게 타결되는 날들이 이어졌다.

재정적으로 미약한 지방, 그리고 정보의 부족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농성조차 하기 힘든 외곽 지역들에서는 복지부서 공무원들조차도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에 관한 시행절차를 인지하지 못하였으며, 내년 예산에 전혀 반영 없이 법을 썩혀버리는 상황이 되었다. 게다가 이러한 지역일수록 발달장애인의 인권과 보호 그리고 재활의 상태는 더 열악하게 방치되고 있다.

위험을 인지하지 못해 찻길로 뛰어들고, 부끄러움을 몰라 길 가운데서 옷을 벗고, 바닥에 버려진 상한 음식을 주워 먹는 스무 살, 서른 살 자녀들을 끌어안고 시청 앞 차가운 길바닥에서 밤낮 없이 농성을 하고 하얗게 삭발하며 절규해야만 들어주는 나라. 왜 국가는 엄연히 정해진 법을 외면하고 하루하루 이어가기도 힘든 이들의 바닥까지 무너져 내리는 비참한 절규를 기다리고만 있는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도대체 평생교육은 어느 부서에서 지정을 시작하고, 운영을 책임지게 되어있는가? 교육부의 기준은 무엇이며, 복지부의 운영은 어떻게 진행되며, 그리고 중앙정부의 역할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제정 및 시행은 누구의 몫인가?

언제까지 늙어가는 발달장애인 부모가 길바닥에 주저앉아 자녀를 보호하고, 교육을 책임지고, 법안까지 공부하며 일일이 설득하고 절규하고 몸부림쳐야 하는가.

지난 11월에 발의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도 구분이 불명확한 ‘중증발달장애인’이라는 대상 명칭만 하나 덧붙여졌을 뿐 현장 실태 파악을 얼마나 성의있게 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법안에서는 중증발달장애인의 범위로 ‘1급과 2급 장애인, 그리고 3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이라 칭하였는데, 실제 발달장애는 1~6급까지 분류되는 신체장애와는 달리 1~3급 모두가 중증장애에 해당되며 평생 동안 지원이 필요한 대상이다. 그리고 발달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장애등급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으며, 개인별지원계획 서비스 체계를 구축하여 지능이나 기능, 행동이나 정서 및 감각적 특성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교육 및 재활을 지원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즉 평생교육이란 주간보호센터처럼 최중증 장애인에 지도교사 인력을 충원하는 등의 단순한 지원으로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 기초문해, 학력보완, 문화예술, 인문교양, 직업능력, 시민참여 등의 과목 분야로 나누어 세부적으로 기초, 전문, 자격인증 프로그램까지 각 개인의 수준과 욕구에 맞게 선택하는 다양한 진행 과정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존 법안의 인력 요건으로서 평생교육사와 특수교사의 협업체계를 설정해놓은 것은 그와 같은 다양성의 현장 욕구를 반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국가와 지자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에 이와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각 시·도·군·구마다 장애인복지과 내에 발달장애인 전담팀을 설치하고, 중앙정부에서 주도적으로 중앙장애인평생교육센터와 시도장애인평생교육센터의 연계를 통해 각 구마다 한 개 이상의 평생교육시설 설치 및 운영을 의무화하기 바란다.

각 지자체의 예산 형편에 상관없이 어느 지역이나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가지게 함으로써 성인기에 방치되어 퇴행하는 발달장애인,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절망감으로 동반자살되는 가정들이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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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주 칼럼니스트 청년이 된 자폐성장애 아들과 비장애 딸을 둔 엄마이고, 음악치료사이자 부모활동가로서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을 만나고 있다. 현장의 문제와 정책제안,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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