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의 포스터. ⓒ네이버 영화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는 여러모로 얼마 전 KBS에서 방영한 3부작 단막 드라마 ‘페이지 터너’를 떠오르게 한다. 각각 예술 대학교와 예술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청춘물이고, 피아노에 재능을 가진 시각장애인이 특수학교가 아닌 비장애인들과 함께 학교에 다닌다.

그리고 이들의 옆에는 학교 밖에서 자신만의 사정으로 꿈을 포기하게 된 또 한 명의 청춘이 등장한다. 두 작품 모두 장애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스토리가 아니라, 남들의 시선에 상관하지 않고, 무언가를 즐기고 좋아하는 것에 더욱 주목했다는 것도 비슷하다.

드라마 '페이지터너'의 포스터. ⓒ네이버 영화

‘페이지 터너’에 대한민국 신기록을 세우는 순간 부상으로 꿈을 포기하게 된 높이뛰기 선수 차식, 자신이 천재가 아니란 것을 스스로 깨달은 진목이 있다면, ‘터치 오브 라이트’에는 무용의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순응하여 음료 배달 일을 하는 치에가 있다. 그들은 1등이 아니면 그들의 노력은 아무도 보상해주지도, 인정해주지도 않는 현실에 흔들리고 있는 청춘들을 대변한다.

반면 시각장애인인 황유시앙(‘터치 오브 라이트’)과 유슬(‘페이지터너’)은 재능을 인정받은 학생들이다. 그러나 그들도 남의 시선에 자유롭지는 않다. 어렸을 적 콩쿠르에 나간 황유시앙은 또래의 라이벌에게 ‘장님이라서 1등한거야.’라는 말을 듣고 큰 상처를 받고, 콩쿠르에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유슬은 엄마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피아노 치는 일이 즐겁지 않다. 오히려 사고로 눈이 멀게 되면서 이를 핑계로 피아노를 더는 치지 않기로 한다.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의 한 장면. ⓒ네이버 영화

그러나 남들이 정한 방식과 시선에 순응해 버린 그들 마음속에는 여전히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었다. 그들이 마음속 그것을 꺼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서로에게 ‘페이지 터너’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페이지 터너’는 연주자의 옆에서 연주자 대신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을 말한다. 연주자가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소리 없이 도와주는 사람이 그들의 역할이다.

하지만 두 작품은 1등을 위해 어둠을 자처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빛내주면서 자신의 빛을 찾아가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 방법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일, 바로 순수하게 즐기는 것이다.

영화 ‘터치 오브 라이트’에서 황유시앙은 ‘장애물이 아니라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장애물을 넘는 것도 중요한 성취지만, 두 작품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의 중요함. 남보다 앞서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높이뛰기의 도움닫기와 피아노 연주자의 페이지터너가 될 수 있을 때 더욱 빛날 수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황유시앙이 용기를 준 덕분에 치에는 무용 오디션에 나가게 된다. 황유시앙은 콩쿠르에서 오합지졸 밴드 동아리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재능이 아닌 재미를 느끼게 된다. 진목과 유슬도 두 대의 피아노 콩쿠르 대회에 나선다. 유슬과 진목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며 실력과 기대에 대한 부담감 없이 진정으로 즐기게 된다. 무대뽀 노력으로 피아노 한 곡을 완주하는 차식도 대가 없는 노력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두 작품은 앞이 보이지 않는 시각 장애인을 통해 사회의 시선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아니라 남들이 정한 방식이 아닌 내가 정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극복해야 하는 시선이었다. 그것은 또한 눈에 보이는 성취가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되새겨 보라는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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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싶은 사람. 대학에서 미디어 문예창작학과를 전공하였고, 방송과 영화 관련 칼럼을 주로 써왔다. 칼럼을 통해서는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에 주목하여 서로 이해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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