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일 때문에 열흘 정도 미뤘던 글을 이제 꺼냅니다.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처음으로 여러분을 뵙고 한 달이 지난 뒤에야 본격적인 사는 이야기를 전했듯이, 이번에도 새 직장 이야기를 새 직장에서 동료들과 함께한 지 한 달이 지나고 한 달치 월급을 제대로 타고나서야 이야기하네요.

네, 이제 새로운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에는 공공분야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그런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대기업도 아니고, 중견기업 같은 큰 회사는 아니고 진짜 작고 갓 시작한 회사, 전문용어로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새 직장은 첨단 무인택배보관함을 만드는 회사라는 것 정도는 이야기 해줄 수 있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간접광고가 되기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회사 사무실은 서울 공덕동에 있습니다. 가장 가까운 역은 공덕역입니다. 매일 아침 인천에서 출근하느라 그 곳에서 내려야 합니다. 5호선 승강장과 6호선 승강장에서 더 가까운 사무실이 있는 건물 앞 6번 출구로 나오느라 고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대신 커피를 사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직장생활에 있어서의 커피이야기는 다음에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그저 평범한 직장에서처럼 일합니다. 자세한 직무 내용은 업무상 보안에 부쳐야 하기 때문에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겠지만(앞으로도 업무와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사무실에서 허락한 부분만 밝힐 수 있을 것입니다.) 머리와 다리(橋)의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하는 시간은 예전 직장과 똑같이 9시부터 18시까지입니다. 유일하게 다른 점은 점심시간이 30분씩 늦다는 것입니다. 12시 30분에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13시 30분에 점심시간이 끝나고 오후 업무를 시작하거든요. 월급날도 20일이 아닌 매월 5일에 받는 바람에 저는 제 개인 스마트폰 가계부 어플의 설정을 바꿔줘야 했습니다.

새 직장의 규모가 작다보니 시스템적으로 다른 것도 몇몇 있습니다. 전 직장에서는 그룹웨어, 즉 사내 전산망과 메신저로 업무 상황을 공유하곤 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른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전하거나 업무 진행이나 완료를 보고할 때 직접 가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업무상 필요한 문서도 사내 이메일을 통해 주고 받는 형태입니다. 서류 결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조금 알아듣게 되었지만 직급이라는 개념이 어려웠습니다. 입사했을 때 기초적인 단어나 관계를 조금 알고 있어서 망정이었지 직급과 관련된 부분, 특히 ‘주임’ 부분은 매우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대리’ ‘과장’은 잘 알고 있었던 단어였고, ‘부장’ 같은 표현은 전 직장에서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새 직장에서 ‘주임’이라는 직급에 대해 이해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알아듣고 있고, 저의 직속상관도 주임입니다.

새 직장에서는 장애를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장애 때문에 벌어지는 몇몇 일에 대해서는 서로 이해를 하지 못했던 것도 있었지만, 최근에 와서 많이 화해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다른 직원들도 제 장애와 그 특성, 그래서 벌어지는 일을 조금이나마 이해했고, 저도 다른 직원들의 고충을 알게 되어 알아서 조심하기도 합니다. 그런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업무 내용에 있어서는 그 근본적인 틀이 바뀌었습니다. 전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업무를 주되 그것이 서로 전문성을 띠는 업무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새 직장에서는 직원들이 업무를 주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전문성을 띠고, 제가 직접 업무를 찾아서 알아서 수행한 다음 지정된 순서에 따라 보고를 해야 합니다.

즉, 창의성도 조금 필요합니다. 아직 업무방식에 대처하는 것은 미숙하지만 차근차근 나아갈 문제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번에도 제 자리는 주어졌고, 컴퓨터와 문구류도 있지만 컴퓨터는 윈도 버전이 더 최신인 8.1일 정도로 좋고(전 직장은 윈도 7을 사용했습니다.), 문구류는 전 직장에 비해서는 적지만, 필요한 만큼은 있습니다.

전 직장에서 떠날 때 처분하지 못한 문구류가 많았기 때문에 일부는 전 사무실 창고로 도로 넣어놓고 서랍에도 남겨놓고 떠날 정도였거든요.

경력증명서 떼는 일 때문에 잠깐 전 직장에 들렀을 때 확인해보니 그대로 남아있었을 정도입니다. 유일하게 없는 것은 개인 전화인데, 이건 아직 사무실의 규모나 업무의 집중도 관계상 없는 것이라고 대리님이 이야기를 해주셨으니, 넘어가겠습니다.

명함도 발급받았습니다. 회사 이름과 로고 등이 드러나서 자세한 것은 공개해드리기에는 뭐라지만 민간 기업이기 때문에 전 직장 시절 명함에 쓰여 있던 정부 선전 구호는 없습니다. 다만 사원증은 없는 대신 출퇴근 관리기도 없습니다. 물론 아슬아슬하게 온 적은 있지만 지각한 적은 없습니다.

사무실의 성비도 다릅니다. 전 직장에서 상사와 저만 남자 직원이었지만, 새 직장은 ‘과장’님만 여자직원이고 나머지는 남자 직원입니다. 나이는 제각기 다르지만 대체로 젊은 층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식사 문화도 다른 것이, 전 직장에서는 도시락이나 짜장면 등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은 예삿일이지만 새 직장이 입주해있는 건물 경비 담당자들이 배달음식을 시켜먹지 말라고 엄명을 내려놨고, 사무실 근처에 도시락집도 없고 그렇다고 직원들이 도시락을 싸오지 않습니다.

새 직장의 점심식사는 으레 지하에 있는 백반집에 가서 먹고 오는 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매일 장부에 밥값을 써놔야 하고 한 달마다 회사 돈으로 정산한다고 하네요.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직장에서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아는 만큼 써보니 글이 길어질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세상에 놓였습니다.

그렇게 다음 시간부터 이렇게 다른 새로운 곳에서 제가 어떠한 삶을 살아가며 부딪치는지 자세히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다음 시간에는 잠깐 외국의 발달장애인 중 여러분들이 잘 모르는 발달장애인들의 도전 이야기를 써 보겠습니다. 이것을 쓰기 위해 해당 외국어를 아는 사람한테 도움까지 받았을 정도로 준비해놨습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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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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