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모교 홈페이지의 취업진로팀 안내 페이지 ⓒ상명대학교 홈페이지 캡쳐

요즘들어 가끔 대학시절에 취업진로팀에서 주관하는 취업관련 프로그램을 많이 이수하지 못한 부분이 조금 아쉽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취업지원 프로그램이 많고, 기업에 대한 정보도 풍부한 대학이 제공했던 취업지원 시스템의 혜택을 많이 못누린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잠깐 제 모교의 홈페이지를 통해 취업진로팀에서 하는 사업을 잠시 살펴봤습니다. 취업상담 같은 업무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대학평가에서 중요한 잣대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졸업생의 취업률이기 때문입니다.

취업률 때문에 대학들은 학과를 구조조정하고, 편법을 쓰기도 해 저 같은 예술계 출신의 경우에는 더욱 더 힘들게 하는 요소로 작용되고 있습니다.

취업상담을 받아놓으면 일단 나침반이라도 놓고 여정을 시작하는 셈이니, 그나마 도움이 되는 게 얼마일까요?

필자가 참석한 취업 상담회 현장. ⓒ장지용

저는 얼마 전 한 기업의 취업상담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난번 ‘일자리 구하기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편에서 한 개의 회사로 언급된 한 회사에서 대규모 인턴사원 채용공고를 보고 상담을 받고 싶은 지원 희망자들에게 상담의 기회를 주자고 열린 행사였습니다.

행사는 서울 번화가의 한 카페를 빌려서 진행되었습니다. 제가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가 막 시작시간 근처인데도, 48번을 받았을 정도로 많은 입사 지원자들이 몰려왔습니다. 해당 기업의 핵심부서 관련 상담부스 근처에는 자신의 능력을 검증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는 상담 희망자들의 모습도 많았습니다.

저도 나름대로의 ‘입사 전략’에 관한 낙서를 제 노트에 쓰면서 순서를 기다리다가 “장지용 씨 준비해 주세요.”라는 말에 이은 “이제 상담 받으세요.”라는 회사 채용팀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지정된 채용팀 담당자와 상담을 했습니다.

상담에서는 평소 관심 있었던 직무의 특성과 인턴사원으로 참여할 프로젝트 등에 관한 대화가 오갔고, 담당자는 제게 “며칠 전 상담회 때 오셨으면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섞은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사실, 그 며칠 전 서울 소재 유명 대학에서 있었던 상담회 때는 그 직무 담당자가 배석했기 때문이라나요 뭐라나요.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채용팀 담당자는 “상담 마칠 시간 다가옵니다.”라는 말이 나오자 정리를 시작했고, “상담 마치세요.”라는 말과 함께 그 회사에서 나눠주는 작은 기념품을 받는 것으로 상담이 끝났습니다.

상담을 마친 뒤, 저는 다른 업무를 보고 집에 돌아와서 최종적으로 지원서를 다 쓰고, 그 회사가 요구하는 제출 방법에 따라 지원서를 인터넷으로 보냈는데, 현재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2차 인성 적성평가 단계에 있습니다.

되돌아오는 길에, 그리고 지원서를 다 보내고 나서 생각을 했습니다. 일개 기업도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찾기 위해 카페를 통째로 빌려가면서 상담회를 여는데, 발달장애인들에게 취업상담회를 열어줄 세상은 없는 것일까?

사실 전에도 이야기를 했지만(‘취업강연을 내 친구에게도 들으라고 하고 싶어요!’편 참조), 발달장애인들 당사자들이 스스로 일할 곳을 찾아 나선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중증 발달장애인들에게는 일자리 찾아 나서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어떤 중증 발달장애인들은 보호작업장에서도 일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조금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거기에 당사자들이 접할 수 있는 일자리 정보도 제한되어 있고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읽기에 편하게끔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울 번화가에서의 그 날이 생각났습니다.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지역별 ‘일자리 박람회’ 같은 것을 열면 좋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자리를 직접 찾고 싶거나, 직업 훈련을 받고 싶거나,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알아보는 것도 ‘발달장애인 일자리 박람회’장 한 곳에서 해결 할 수 있으면 꽤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발달장애인을 채용하고 싶은 회사에서 직접 나와 함께 일하기 좋은 발달장애인을 면접을 보면서 뽑는 것도 괜찮을 것입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낸 발달장애인법에서는 개인별 지원 원칙이 적용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일자리 지원도 당연히 필요할 것입니다. 그것이 일자리를 소개해 주는 것이건, 일자리를 안심하고 지킬 수 있는 것이건, 일 하는 법을 모르는 이에게 일 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건 모두 발달장애인 당사자 개개인에 맞춰서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일할 수 있는 발달장애인이라면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왜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또 다른 이유는 저번 시간에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돈을 버는 것만이 일해야 하는 이유는 아니다’ 편 참조)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일자리 문제를 지원할 가장 좋은 방법은 지원 담당자들이 직접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을 찾아가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발달장애인들의 수가 많기 때문에 일일이 찾아가 지원을 하기에는 아직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발달장애인들이 행사장으로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은 어쩔 수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박람회 같은 큰 마당을 열어서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찾는 회사, 직업교육 기관, 직업능력 평가 전문가 등이 발달장애인 당사자를 만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요? 아니 현실적으로 그렇게 해야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발달장애인법에도 제25조 1항을 통해 직업생활을 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직업생활을 할 수 있는 조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한 방법의 현실적 대안으로 ‘발달장애인 일자리 박람회’ 같은 방법의 행사를 통한 중개서비스를 일단 시행하고, 그 뒤에 인프라가 확보되면 발달장애인 당사자 개인에게 직접 직업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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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계약 만료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을 떠난 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이후 장지용 앞에 파란만장한 삶과 세상이 벌어졌다. 그 사이 대통령도 바뀔 정도였다. 직장 방랑은 기본이고, 업종마저 뛰어넘고, 그가 겪는 삶도 엄청나게 복잡하고 '파란만장'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파란만장했던 삶을 살았던 장지용의 지금의 삶과 세상도 과연 파란만장할까?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픽션이지만, 장지용의 삶은 논픽션 리얼 에피소드라는 것이 차이일 뿐! 이제 그 장지용 앞에 벌어진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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