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외형적 성장을 목표로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한국 전쟁의 폐허를 딛고 가난에서 벗어나려 앞만 보고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았다. 옛 것은 낡고 천박한 것이라고 외면하면서 기형적인 성장으로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왔다.

가난 한 시절의 삶의 발자취는 왠지 초라해 보이고 시대에 뒤처져 도태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그러한 개발 논리는 삶의 터전과 추억도 개발이라는 명목아래 가차 없이 사라져버리 곤 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지 길을 잃고 표류하는 난파선 같다. 성장 을만을 추구하면 살아오면서 나 하나쯤은 하고 무시한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회에서 세월호 같은 대 참사로 국민모두의 아픔으로 되돌아 왔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뉴타운 개발의 달콤한 공약은 선거가 끝나고 나면 공수표로 날아가 버렸다. 지켜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 때문인지 언젠가 부터 사람들은 낡고 허름한 마을에 이야기를 만들고 예뿐 그림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문화의 옷을 입기 시작하면서 골목은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비파괴 창조는 오래된 마을에 생기를 불어 넣으며 파괴 없이도 새로운 문화로 재생산된 살아 숨쉬는 마을로 변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가운데 한국의 산토니라고 불리는 감천동 문화마을이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옛것을 버리고 무작정 새것만을 선호할 땐 낡고 쓸모없다고 외면당했던 감천동 문화마을은 문화라는 비파괴를 통해서 세월의 손 때 묻은 허름한 골목에 문화의 옷을 입고 나니 새롭게 사랑받는 여행지로 재탄생하게 된 곳이다.

부산엔 피난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산동네가 많다. 그 중 한곳의 피난민촌이 바로 감천동이다. 1950년대 태극도 신앙촌 신도와 한국전쟁 피난민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감천동은 전쟁의 상처와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부산의 대표적인 곳이다. 산자락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늘어선 계단식 집단 주거형태는 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 같은 골목길로 감천동만의 독특함을 보여준다.

감천동 사람들은 감천동만의 특색과 역사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 지역 예술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모여 시작한 ‘마을미술 프로젝트’다. 감천문화마을 만들기는 산동네 문화를 그대로 살려 현재는 연간 5만여 명이 방문하는 관광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감천문화마을이 만들어지기까지 마을주민들과 문화 활동가, 작가, 그리고 구청, 주민 센터 공무원들까지 함께 노력해서 만들어낸 파괴 없는 창조 마을이 된 것이다.

계단식 주택은 모든 길이 통하는 미로 골목길로 파스텔 톤의 색깔까지, 다양한 예술작품으로 한국의 ‘마추픽추’, 한국의 ‘산토리니’ 로 불린다. 주민공동체를 중심으로 마을 원형 보존이나, 문화적 재생을 통해 창조적인 재생마을로 만들어 마을 사람들이 감천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문화마을이다.

한국전쟁 당시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돼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족 근‧현대사의 흔적과 기록을 간직하고 있는 감천동 문화마을은 옥녀봉에서 천마산에 이르는 산자락을 따라서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독특한 계단식 마을로 감천동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마을 주거형태는 앞집이 뒷집을 가리지 않게 지어져 이웃집을 배려하는 주택의 미덕이 살아있다.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옥상정원 난간에 새 조각 작품이 앉아 있다. 몸통은 새 지만 얼굴은 사람 얼굴을 가진 작품이다. 난간에 앉아있는 작품을 보는 순간 영화 ‘아바타’가 떠올랐다. 저 새는 어느 별에서 왔을까. 독특한 새 작품이 옥상정원 곳곳에서 감천마을을 내려다보며 감천동을 지켜주는 수호천사 같다.

누구나 한 번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재미있고 엉뚱한 상상을 한번 쯤 해봤을 것이다. 이 몸이 새라면 이 몸이 새 라면 날아가리. 저 건너 보이는 저 건너 보이는 작은 섬 까지. 난간에 앉아 있는 새는 사람이 날고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 한 것 같다.

본격적으로 마을 구석구석 탐색에 나섰다. 하늘마루 전시관은 용두산과 부산항, 감천항 방면을 함께 바라볼 수 있는 확 트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 감천동 문화마을을 안내하고 관련 자료들을 전시하는 전시 안내관이자 전망대의 기능을 하는 곳이다.

주민이 거주하던 집 원형 그대로를 보존하면서 재탄생한 곳이어서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여행객도 추억의 정서가 잠깐이나마 정지돼 있듯 하다. 전시관은 추억을 자극해서 외부로 노출시키는 장소인 것 같다.

감천마을처럼 공동체로 살아가면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정을 느끼며 살아 갈 수 있 것 같다. 하지만 감천동 문화마을은 미로처럼 엮여있는 골목 때문에 옆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도 다 알고 살아가는 정 깊은 마을이다.

아파트도 공동체 마을이다. 하지만 옆집에 누가 사는지 서로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살아간다. 어쩌면 무관심 속에 스스로 고립되기를 자청하며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과학이 발달 할수록 추억을 찾고 싶은 마음도 반비례한다.

켜켜이 쌓이는 나이테만큼 지난날의 기억은 더 선명해 지고 선명해지는 추억은 가늠 할 수 없는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감천동 문화 마을은 옛 추억을 회상하게 하는 독특한 장소 성 때문에 마을에 들어서는 순간 편안해 진다.

감내 어울터로 발길을 이어갔다. 감내 어울터는 옛 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다. 공방, 카페, 갤러리, 문화강좌실, 방문객 쉼터, 옥상전망대까지 다양한 문화 공간이 많다.

게다가 커피와 함께 갤러리 작품도 감상하고 옥상전망대에서 마을을 한눈에 볼 수 도 있다. 어울터에선 마을을 바로 눈앞에서 올려다 볼 수 있기 때문에 하늘마루에서 내려다보는 것과는 또 다른 마을풍경을 보 수 있다.

감천마을에서 발견한 파괴 없는 창조는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골목 곳곳서 엿 볼 수 있다. 문화마을 답게 독특한 작품으로 담벼락을 가득 매우고, 어릴 때 뛰어놀던 추억과 서정이 골목길 곳곳에 녹아 숨은 그림을 찾는 것처럼 작품을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골목 길 담벼락을 헤엄치는 대형 물고기는 일상적 생활공간에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생기 넘치는 생활공간을 표현하기에 손색없다.

이번엔 이야기가 있는 집으로 갔다. 질서정연하게 밀집되어 있으면서도, 다양한 색상을 펼치는 감천동 주거형태는 하늘을 나는 집 모양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야기가 있는 집은 변화하면서 발전하는 감천동의 이미지를 표현 했다. 도시처럼 현란하고 화려함 대신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감천동엔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도 잠시 여행을 왔다. 사막여우를 만나 긴 여행 중에 공간을 뛰어 넘어 감천 태극마을로 내려 왔다. 우연히 내려온 지구별 감천동에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다.

소녀에게 포즈를 취해는 공룡과 소녀도 만났고, 마을 앞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래와 담벼락을 누비는 물고기와 도 친구가 됐다. 친구들과 놀다가 고향이 생각나면 잠시 난간에 걸터앉아 마을을 내려 다 보고 있다.

누구에게나 마음속 고향은 있을 것이다. 사람의 숨결이 깊숙이 느껴지는 감천동 문화마을은 우리에게 또 다른 고향의 모습으로 전달되어 정감을 만들어 낸다. 문화를 만들어내고 즐길 수 있는 것은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창조적 행위이다. 파괴 없는 창조마을 감천동 문화마을에서 비파괴의 문화가 무엇인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가는 길

부산역에서 부산 장애인 콜택시 두리발 051-466-2280을 이용

요금 왕복 일반택시 요금이 40%

•먹거리

부산의 대표 먹거리 씨앗 호떡

•장애인화장실

감천문화마을은 고지대 계단식 구조형태로

화장실도 골목 사이에 설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여행에 앞서 장애인 화장실은 사하구 종합사회복지관에서

볼일을 보고 가야한다.

•잠자리

토요코인 호텔 해운대 점,051-442-1045 /부산역2점 051-442-1045/

•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감천동 안내도. ⓒ전윤선

마을입구. ⓒ전윤선

난간위에 새. ⓒ전윤선

난간위에 새. ⓒ전윤선

담벼락의 대형 물고기. ⓒ전윤선

잭과 포도나무. ⓒ전윤선

소녀와 공룡. ⓒ전윤선

감천동을 바라보는 어린왕자. ⓒ전윤선

사막여우. ⓒ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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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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