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수 백만 마리의 소가 땅에 묻혔다. 광우병에 걸린 소든, 그 주변에 있어 걸릴 우려가 있는 소든, 병균을 묻혀 옮길 가능성이 있는 소든 광우병의 전파를 봉쇄하기 위해 소들은 이유도 모르고 죽어갔다.

한국 사람들은 광우병에 더욱 취약하다. 외국의 소고기는 고기살을 먹는 데 비해 한국 사람들은 광우병에 치명적인 내장과 머리뼈를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죽어간 소 숫자만큼 마리수가 줄어 소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야 하는데, 송아지 한 마리가 만원도 되지 않고, 설날을 특수로 고기가 많이 소비되는 시즌인데도 정작 소를 내다 팔면 한 마리당 백만 원 이상 손해를 보아야 한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소고기 수요가 늘 것을 예상해 엄청난 소고기를 수입해 공급했기 때문이다.

시차도 없이 곧바로 광우병으로 인해 소가 대규모로 사라진 문제를 복원할 수 있었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수입상들은 사회에 부족한 것이 뭔가를 살펴야 한다. 그래야 그 부족한 것을 자신들이 채워주고 돈을 벌 수가 있다. 필요로 하는 곳, 공급처를 찾아 즉시에 공급해 주면서 최대한의 수익을 얻으려 한다. 정말 이러한 거상들은 나라도 팔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상인들이 소가 귀하기 때문에 많이 가지고 있으면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이라 현혹하고, 농민들이 고소득을 기대하면서 보유 두수를 늘리지만, 결국은 모든 농민들이 과대 보유하게 되고, 소값은 곤두박질을 치게 된다.

결국 소 값의 조정력이나 권한을 다시 상인들이 가지게 되고, 농민들은 아무런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권한을 가지려면 무엇인가 든든해야 하고, 유리한 입장에 있어야 하는데,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가지고 있기에 가격 결정에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가 없다.

구입은 최고로 비싸게, 팔 때는 가장 저렴하게 팔 수밖에 없어서 차라리 지난 해의 광우병 파동에서 자식같은 소를 땅에 파묻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정부에서의 보상금이 훨씬 낫다고 말한다.

이렇듯 소값이 하락해 '파동'이라 부르지만, 정작 소고기를 사야 하는 국민들에게는 오히려 가격이 비싼 이유가 무엇일까?

장애인 생활시설은 바로 서비스 유통의 상인에게 장애인의 생을 맡기는 곳이다.

그들은 비영리 사회복지라고 하지만, 철저히 영업적이고, 철저히 상업적이다. 서비스를 상품화하여 유통하는 대기업이다. 그들은 최대한의 이권을 가져가게 되고, 유통과정에서 예산은 야금야금 축소되어 마지막 장애인에게 도달할 때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1인당 국고 2천만원과 선금 및 후원금 등 기타 비용을 포함하여 감안하면 1인당 3천만 원이 소요된다. 그러나 시설의 운영비, 인건비를 제외한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서비스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허술한 식재료와 허름한 옷차림을 겨우 제공할 뿐, 마치 중증장애인이라 시설에서만 대안을 제공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서비스도 없고, 전문가에 의한 서비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집단에 의한 단 시간의 서비스 외에는 방치가 다반사이다.

일반적인 서비스는 장애인에게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주는 대로 일방적으로 받아야만 한다. 서비스의 질이 좋든 말든 선택권이 없는 이상 서비스 질 관리는 불가능하며, 서비스는 최대한 저렴한 방법으로 제공될 수밖에 없다.

고비용 저효율이 바로 시설이다. 시설에 있는 사람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면서도 그 시설에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유통하는 유통비로 대부분 소요돼 버리고, 정부가 돈을 주었으나 그 돈은 모두 중간에서 운영비와 서비스 비용으로 사라지고 장애인의 손에는 단 한 푼의 돈도 전달되지 않는다.

중간에 사라진 돈이 고급 호텔 비용도 아닌데, 호텔 비용만큼 들어간다. 인건비와 운영비로 사라진다.

방별로 한 명씩 담당 인력을 정해 생활을 지도한다지만 생활지도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활을 하기에도 분주하다. 생활인이 3명이라면 하루 생활 중 3분의 1에 해당되는 시간만큼 개인을 돌보는 것도 아니다. 24시간 같이 생활하는 경우도 대부분 잠만 같이 잘 뿐, 한 번씩 관찰을 하는 관찰자에 불과하다.

대형 유통망을 가졌다는 이유로 통제권을 넘겨주고, 다양한 단계의 유통 이익을 먼저 공제하다 보니 농민이 가질 이익은 적자라는 점이나, 시설에서 장애인의 복지가 제대로 서비스될 수 없는 구조는 같은 구조이다.

시설에서 장애인은 서비스를 상품으로 제공받아야 하는데, 장애인 자신이 운영자의 상품이 되어 운영자의 수익 구조가 된다. 장애인은 돈을 만들 상품이 되는 것이고, 그 돈은 모두 운영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공양미 삼백석을 받은 심봉사의 재산을 뺑덕어미가 가로채듯 장애인을 위한 시설의 서비스는 생존만 가능하게 할 뿐 결코 전문적이지 못하며, 전문 자격자를 고용만 하였을 뿐 개별성이 없는 집단 운영에서는 전문성을 발휘할 수가 없다.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의 경우 선택권을 장애인이 가지고 있기에 실제로 급여량을 관리하게 되고 유통 비용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 구매하는 상품 안에 유통비가 포함돼 있다 하더라도 그 것은 별도가 아닌 상품에 포함된 것이므로 별도로 유통비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설에서는 모든 것이 유통비로 소요되고 서비스라는 상품도 유통비에 포함돼 있어 장애인에게 선택권이 없는 것이다.

시설에서는 장애인 입소 방식에 의해 몸까지 완전 의탁을 받았으니 모든 권한을 넘겨 받은 것이 되고, 장애인의 부족함과 어려움을 해소하지 않아야 서비스 가치가 올라가며, 후원을 받을 빌미가 생긴다.

아무리 고가의 대가를 지불해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가정에서는 수익이 소비를 넘으면 저축이라도 있지만, 시설에서는 소비는 수요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가정에서 수익이 적으면 빚을 지게 되지만 시설에서는 부족하여도 빚을 지지는 않는다. 즉 시설은 주는 것이 서비스 전체의 값이며 원가란 없다.

장애인에 대한 복지 서비스가 유통 허가자들에 의해 유통될 때 서비스는 비효율적이며, 가격은 공급자 중심에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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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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