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밝은" 장애인이 아닙니다. ⓒ에이블뉴스

"몸이 불편하신데도 무척 밝으시네요.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말할 수 있는 말이 “ 장애가 있으면서도 무척 밝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가까이 지내고 있는 내 주변 사람들 역시 나를 처음 보았을 때 비슷한 말을 했었기에, 도대체 왜 그런 애기를 했는지 이유가 궁금해 이유를 물어보니 “ 몸이 불편하면 무척 어둡고 말도 없는 줄 알았는데 예상과는 많이 달라서” 라는 대답이 들어왔다.

여자친구와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버스를 타다 보면 간혹 “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용기 있게 살아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는 말을 들을 때가 있다. 그녀 역시 자신의 증상을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비슷한 말을 많이 들은 터라, 우리에게 그 말은 사람들의 시선을 두 사람에게 모이게 할 뿐이어서, 서둘러 그 자리를 피하거나, 우리에게 집중된 분위기가 빨리 바뀌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장애를 가진 이들은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과 함께 대표적인 “소외된 이웃” 으로 불린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따뜻한 사랑을 보냅시다” 라는 모금 방송은 많이 들었지만 소년소녀 가장이나 독거노인들에게 “ 표정이 밝다” 고 애기하는 사람은 자주 접해보지 못했다.

몸이 불편한 이들이 사람들의 생각보다 밝게 보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장애 속에서 익숙해지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서서히 알아갔기 때문이다. 장애로 인한 불편,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현재 진행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두운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직장도, 사회 생활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기에 그 속에서 밝은 요소를 찾기 위해 노력할 따름이다.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은 장애를 입은 후에도 계속되고, 신체적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한 재활도 빼놓을 수 없기에, 주어진 여건 하에서 스트레스는 속으로 삭이며 의식적으로 더 많이 웃고 밝게 보이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일 뿐이다.

이런 이유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 장애와 밝음” 에만 치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따라나오는 말이 “ 당신은 신체가 장애지만 우리는 정신적 장애” 라는 말이다. 몸이 불편한 당신도 아무 불평 없이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몸이 건강한 우리들이 불만을 가지는 것이 더 많으니 정신 상태가 문제라는 것이다.

장애인 콜택시를 탔을 때 “장애 3급인 사람이 콜택시를 타기 위해 2급으로 바꾸려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는 이야기를 들었다. 장애 2급인 나 역시 활동보조를 받고 안전하게 출퇴근하고 싶어 1급으로 바꾸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몸이 불편함을 떠나 욕심과 불만은 누구에게나 있는 만큼, 그것을 장애와 결부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장애인들은 철인이 아니며, 불만이 없이 살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거리에는 구세군 냄비의 종소리가 들리고, 사랑의 온도탑도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연말을 맞아 “불우이웃” 들을 향한 관심이 커지는 요즘“ 어쩜 그렇게 밝으세요” 보다 “현재의 상태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꿔보세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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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석 칼럼니스트 집에서만 살다가 43년 만에 독립된 공간을 얻었다. 새콤달콤한 이야기보다 자취방을 얻기 위한 과정에서 겪었던 갈등들과 그것들이 해결되는 과정이 주로 담으려 한다. 따지고 보면 자취를 결심하기 전까지 나는 두려웠고, 가족들은 걱정이었으며, 독립 후에도 그러한 걱정들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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