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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제
카테고리 : 메모리스 | 조회수 : 19472009-12-16 오전 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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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나는 어느 듯 4학년 졸업반이 되었다. 힘든 것도 많았고, 어려운 경험도 많았던 학교생활이었지만, 막상 정든 대학 생활을 정리해야 된다고 생각하니 홀가분하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서운한 구석도 자리 잡았다.

여운이 많이 남는 대학 생활의 마지막을 어떻게 하면 멋있게 마감할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매년 5월 열리는 학교축제가 생각이 나서 행사의 무언가에 참가해보고 싶었다.   

 

사실 학교에서 나처럼 특이하게 노는 학생도 없었지만, 지금 후배들에게 몸이 불편했던 내가 학교에서 한때 날렸던 인물이었다고 이야기해주면 안 믿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개그맨의 유행어처럼 편견을 버리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 때 당시, 다들 학교 축제, 오픈하우스에 정신없는 몰입하던 때에도 난 이전과 마찬가지로 도서관에서 무엇에 처박혀있는 기분으로 공부를 해야 했었다. 그렇게 각박하고 조용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려니 답답하기도 해서 잠시 나와 학교 주위를 산책 하고 있던 중에 노천강당에선 기숙사 가요제 예선이 한참이어서 “누가 노래를 잘하나 구경이나 하자!~”라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옆에 있던 친구가 내게 이런 제안을 했다.

“야!~ 너 여기 웬일이야?? 너 또 나가려고?? 아서라!~ 네 목소리 이제 지겨워!~”

“나 그냥 구경하려고 왔는데 진짜 나가버려!~~”

“야!~ 지금 나가면 4학년 전체가 망신당해!~~그래도 할 거야?? 그래 내가 신청해주지 뭐!~”

내가 그런다고 그 친구가 진짜 신청해 버리는 것이었다. 약간 당혹스러웠지만, 은근히 재미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좀처럼 내 웃음을 멈출 길이 없었다.  

  

신청을 하고, 난 오랜만에 목청을 풀고 발성연습(고성을 지르기)과 동시에 다소 편하지 않은 긴장된 상황에서 예선 출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예선 중반이 되자 드디어 내 노래할 차례가 되었고, 단상에 가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었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인가? 오랜만에 나와서 그런지 떨며 불러야 했지만 원곡보다 키가 낮은 바람에 저음으로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를 너무 못해 실망했던 그때 “본선진출 했어요! ~ 축하해요! ~~” 라고 조교가 이야기해주는데 믿기지 않았다. 분명 내가 부른 노래임에도 실망했는데 혹시 뭔가 모정의 음모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까지 받아야 했었다.

 

그렇게 응원하던 친구들도 판정을 의심한 듯이 “노래도 못했는데 뭘 또 본선진출이고? ~ 혹시 너 뇌물 썼냐?”라고 하며 놀려댔다.

난 친구들을 향해 “어디 두고 보자! ~~ 보란 듯이 실력을 보여주지” 라며 자신감 있게 이야기했으나 속으론 걱정되었다.

 

예선 후 이 튼 날 저녁 드디어 가요제 본선이 시작되었다. 난 참가 번호 11번이었고 곡명은 신승훈의“미소 속에 비친 그대”였다. 오프닝 때 사회자가 재미있게 얘기하다가 “참가번호 11번? 미소 속에 비친 그대? 이거 옛날 노래 아닌가? 하하하! ~~ 신 승훈 한물갔는데! ~~하하하!” 사람들도 재미있다고 웃었고 나도 조금 기분 나빴지만 그렇게 지나갔다. 본선이 시작되면서 하나하나 들려오는 노래들 위트들이 재미있고 신났다. 댄서 팀도 참가하였고 헤비메탈, 힙합, 발라드 등 여러 장르에서 정말 가수 뺨치는 실력 있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더더욱 주눅이 들었다.

 

한동안 있다가 드디어 내가 부를 차례가 왔고 노래를 부르러 무대로 향했다. 무대로 가는데 턱이 너무 높아서 휠체어를 들고 가야 했고 자원 봉사하는 친구들의 도움이 있어서 무리 없이 올랐다. 약간 긴장된 모습으로 나는 사회자의 질문을 받았다.

 

“참가번호 11번 법학과 97학번 여 인기 씨! ~ 오늘 대회를 임하는 동기가 있나요?”

조금 부끄러운 목소리로 “제가 좋아했던 사람을 생각이 나면 가끔 부르는 노래입니다.”그랬더니 청중들이 웃으며 함성을 질렀다.

“인기 파이팅! ~~ 아아아! ~~”

또 사회자가 물었다.

“또 생각나는 사람 있어요?”

잠시 멍하니 있다가 “ 어머니요! ~~”

“ 참 효자시네요! ~ 노래 잘 부르세요! ~”

“잠시 만요! ~ 저기 근데요! ~ 아까 신 승훈 노래가 한물갔고 하셨는데 여기 신 승훈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그렇게 모욕을 주시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

그러더니 사회자가 “ 내 죄송합니다. 하하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랄게요!~” 라며 "전하는 말"을 마쳤다.

 

 

너는 장미보다 아름답진 않지만 그보다 더 진한 향기가

넌 별빛보다 환하지 않지만 그보다 더 따 사 로와

탁자위에 놓인 너의 사진을 보며 슬픈 목소리로 불러 보지만

아무 말도 없는 그대 나만을 바라보며 변함없는 미소를 주네........

내가 아는 사랑은 그댈 위한 나의 마음 그리고 그대의 미소.......

내가 아는 이별은 슬픔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너무나 슬퍼..........

나는 울고 싶지 않아 다시 웃고 싶어졌지 그런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모습 보면서

다시 울고 싶어지면 나는 그대를 생각하며 지난 추억에 빠져있네........

그대여!~

 

반주가 나가고 긴장을 하며 불러야 했지만 그 많은 청중들이 나와 같이 호흡하며 노래를 부르는 그 소리, 그 느낌은 가히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고 내가 노래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연호와 함성이 끈이지 않았다.

 

드디어 결과가 나오고 있었다. “인기상!~ 참가번호 6번 댄서 팀!~” 원래 인기상은 내 단골이었는데 조금 허무했고 그냥 기대도 안 하다가 4위를 발표하는데 혹시나 했더니 이번에도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래서 그 자리를 나오려고 했는데 갑자기 “3위 참가번호 11번 여 인기! ~” 하며 소리가 들려왔고 어떻게 된 영문인지 심사가 잘 못된 건지 내가 잘 못 들었는지 무척 당황했고 옆에서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시상식 단상을 이끌려 왔고 상을 받았다. 정말 기대를 안 했었기에 무척이나 몽몽했다.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무대 뒤로 가는데 너무 기뻤다. 그런데 이놈에 친구들은 “정말 너 뇌물 쓴 거 아냐?” 라며 비웃질 않나, 아무튼 남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녀석들이다.

 

그날 공연장의 초대가수는 Crying Nut, 뭣도 모르고 공연 보다가 봉변치를 뻔 했었다. 그 당시 하드 코어를 하는 가수들이라 친구들 중엔 골수팬이 상당했었는데 혹시나 궁금해서 나도 한번 가보려 했었다. 아무튼 공연장 맨 앞에서 관람하고 있다가 갑자기 어디서 왔는지, 학생들이 우르르 물리고 내 뒤에는 봉사하는 후배들이 그들을 가로막고 무대로 울라오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고생스러워 보였다.

처음에는 신나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미친 듯이 앞으로 나와 난동을 부리는 동안 공연장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너무도 무시무시한 공연이었다. 그런 일이 있고 다음부터는 학교에서 Crying Nut 같은 가수는 초대 안 했다고 들었다. 학교 마지막을 장식했던 그날의 재미있었던 일이 내겐 정말 소중한 경험 중에 하나였다. 만약 다시 학교 시절을 보낼 기회가 온다면 정말 좋았던 기억을 꼭 한번 재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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