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시설은 집단사망 낳는 감염 취약시설
그것은 노인들만의 비극이 아니었다. 국제장기돌봄정책네트워크(International Long Term Care Policy Network)가 지난 해 6월, 26개국을 대상으로 시행한 '코로나19와 장애인권모니터링'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장애인거주시설, 노인요양시설, 정신병원 등 집단시설 거주 사망자가 약 4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곧 집단시설 자체가 감염 취약시설이라는 말이다.
이런 결과는 선진국 후진국 구별이 없었는데, 벨기에 50%(4851명), 캐나다 85%(6236명) 등에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코로나19 사망자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었던 뉴질랜드와 슬로베니아에서도 사망자 대부분이 집단시설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었다(뉴질랜드 72%, 슬로베니아 81%).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초의 희생자는 청도 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수용되어 있던 정신장애인들이었다.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장애인 확진자 현황’ 자료(지난해 12월 9일 기준)에 따르면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대비 장애인 비율은 약 4%이지만, 사망자 중에서 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망자 중 장애인 비율이 높은 이유는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노인들 가운데 고령 장애인들이 많아서도 그렇지만, 장애인 역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장애 노인 인구가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집단시설의 문제점에서 노인과 장애인이 함께 관련되어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집단시설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면 그 시설 전체를 폐쇄시켜 일종의 '버려진 섬'처럼 만드는 이른바 '코호트 격리' 조치에 들어간다.
하지만 그런 조치가 감염이 시설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를 낳을지는 모르지만, 사회와 차단해 외부 확산을 막으려는 '격리'로 인해 정작 내부에 수용된 거주인들 사이에서는 교차 감염 사태를 더욱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낳아 집단시설 내 사망자를 대거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