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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부와 놀부
카테고리 : 웃고 살아요  | 조회수 : 602020-02-18 오후 4:15:00

흥부와 놀부


                            김철이



흥부와 놀부가 살아생전 이승에서 어떻게 살았는지는

삼척동자가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다 아는 사실

흥부와 놀부가 이승의 생을 마감하고

저승사자의 손에 이끌려 저승길에 올랐다.


이승에서의 삶은 끝이 있지만,

저승에서의 삶은 끝도 한도 없는지라

이승에서보다 더 편하고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뜬소문을 들었던 놀부는

살아생전 갖가지 욕심을 다 부려 모았던 재산을

아내와 아들에게까지 물려주기 아까워 집을 떠나올 때

챙겨간 팔만 냥 중 사만 냥의 노잣돈을 저승사자에게 건네며 회유하기 시작했다.


놀부: “저승사자님! 저랑 잠시 얘기 좀 합시다요.

사자: “잠자코 따라오기나 해. 갈 길이 멀다.

놀부: “어허!~ 왜 이러십니까요. 다 아시면서

사자: “알긴 누가 뭘 안단 말이냐?”

놀부: “능청 떨지 마십시오. 저도 다 듣고 오는 길인 뎁쇼.”

사자: “이놈이 점점 모를 소리만 늘어놓는구나 뚱딴지같은 소리 말고 따라오기나 해.

놀부: “누이 좋고 매부 좋자는 데 왜 이리 빡빡하게 구십니까요.

사자: “그래도 이놈이, 채찍 맛을 봐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놀부: “이거 받으시고 염라대왕님께 말씀 좀 잘 드려주십시오.

사자: “그래? 분명히 내게 사만 냥 받았다 영수증이라도 써주랴?”

놀부: “헤헤헤 그렇게 해 주심 고맙죠. 부자지간에도 돈거래는 분명해야 하니까요.


저승사자는 돈이면 모든 게 다 해결된다. 라는 고정 관념을 버리지 못하고

영혼으로 떠나는 저승길에서 마저 몇 푼 가져온 돈으로 편하게 살아보겠다는

놀부의 얄팍한 심사를 바라보며 가엾은 생각과 짓궂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저승사자는 놀부와 흥부를 번갈아 바라보며

이승에 살아생전에 제아무리 버려 놓아도 똥개조차 물어가지 않을 그놈의 돈 때문에

밖에 없는 형제간의 우애도 잃은 채 살았던

놀부와 흥부의 처지를 바꾸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염라대왕 어전에 데려가기에 앞서 두 형제의 마음을 시험해 보기로 하였다.

 

사자: “그래 놀부네가 지금 지닌 돈이 죄다 얼마나 되냐?”

놀부: “예 제가 지니고 있던 돈은 사만 냥이오나 더 드릴 수 있습니다요.”

사자: “~ 그놈 재주 한번 용하구나.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저승에서 돈을 융통하다니

사자: “그건 그렇고 흥부 너는 내게 얼마의 돈을 줄 수 있겠나?”

흥부: “돈이라뇨? 이놈은 한 냥도 드릴 수 없답니다.

사자: “! 날 무시하는 게냐! 네 놈은 저승에서도 이승처럼 고생하고 싶은 게냐?”

흥부: “그게 아니라 이승의 식솔들은 끼닛거리가 없어 세 끼니, 굶기를 밥 먹듯 하는데

흥부: “제게 돈이 있다 한들 이놈의 몸 하나 편 하자고 그 귀한 돈을 쓰겠습니까?”

흥부: “제게 돈이 있고 할 수만 있다면 이승의 식솔에게 전하고 싶은 심정 간절합니다.”

사자: “과연 흥부로고, 그렇다고 해도 흥부 넌 저승에서도 이승처럼 고생할 수밖에

놀부: “! 놀고 있네. 네 이놈 흥부야! 여기가 어디라고 저승사자님의 판단을 흩뜨리냐

놀부: “재수 없는 놈 내숭 떨지 말고 솔직해져 봐. 네 놈도 저승에선 잘 살고 싶다고 말이야.

놀부: “성경에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에게 맡기라는 말이 있듯이

놀부: “산 사람은 산 사람들에게 맡겨야지 왜 네 놈이 건방지게 참견이냐고

사자: “그 참 시끄럽기도 하구나. 너희의 죄는 염라대왕께서 묻을 터이니 어서들 가자.


어떤 꿍꿍이가 있었던지 놀부의 돈을 받아 넣은 저승사자는

흥부와 놀부의 발걸음을 재촉하여 마침내 염라대왕 어전에 두 영혼의 무릎을 꿇렸다.

흥부와 놀부를 맞이한 염라대왕은 부하들을 시켜 두 사람 앞에

대궐 같은 큰 기와집과 방금이라도 코앞에서 무너져내릴 듯한 초가집을 가져다 놓았다.

곧이어 염라대왕은 흥부와 놀부에게 가위바위보 내기를 하여

이긴 자에게 선택권을 주고 기와집과 초가집에서 생활하게 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놀부는 저승사자 몰래 꿍쳐 두었던 사만 냥을 염라대왕 앞에 꺼내놓으며 회유했다.


놀부: “염라대왕님! 이 돈 받으시고 행여 제게 눈곱만한 죄가 있다면 사하여 줍쇼.

대왕: “허허허 네가 그렇게 장담할 정도로 이승에서 잘 살았더냐?”

놀부: “! 저는 본래 타고난 성품이 온순하여 나락 논에 제비처럼 살았답니다요.”

대왕: “그래 그 건 잠시 후 두고 보면 알 일이고 어서 내기나 시작하라

놀부: “해보나 마나 제가 이긴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요. 공들인 게 얼마인데

흥부: “예 형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제가 감히 형님을 두고 어떻게 기와집을

놀부: “그럼 우리 이렇게, 하자 내가 바위를 낼 터이니 네 놈은 가위를 내어라.”

흥부: “! 형님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놀부의 각본대로 가위바위보 내기에서 놀부가 승리하여 기와집을 택했고

흥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초가집에서 저승에서의 생활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놀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올가미에 불과했다.

대궐 같은 기와집 안으로 들어선 놀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기와집은 겉으로 봤을 땐 그럴싸했지

세간살이를 비롯한 생활필수품 하나 구비되어있지 않았다.


염라대왕에게 달려가 우락부락 따지니

놀부가 이승에 살면서 지은 죄의 숫자만큼 기와집 자재를 사용하여 지어놓았으니

생활필수품을 비롯한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마다

기둥 하나, 석가래 하나, 기와 한 장

이런 방식으로 하나씩 떼 내 팔아서 필요한 물건을 사서 생활해 나아가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놀부의 속셈으론 기와집이 워낙 크니 자재를 하나씩 떼 내 팔아 생활하여도

천 년이고 만 년이고 충분히 생활해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었고

염라대왕 입에서 떨어지는 말들은 무섭다 도가 넘쳐 소름이 절로 끼칠 지경이었다.


염라대왕의 말인, 즉

저승의 물가는 일정하게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이승의 사람들이 한평생을 살면서

지은 크고 작은 죄들에 값을 먹여 이에 합당한 물건값을 정하는데

만약에 큰 대죄가 많은 사람일수록 불리하며 아무리 큰 집을 부여받았다 하여도

얼마 가지 않아 동이 나고 만다는 것이었고

그 후에는 이승에서 가장 미워하고 구박했던 사람의 집에 머슴살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놀부의 경우

저승의 법률에 따르면 과중 처벌법 위반과 뇌물공여죄가 추가되어

끝도 없는 저승 생활 중 살아가며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모르긴 몰라도 놀부는 끝없는 저승의 삶은 날마다 고행의 길을 걷는 것이다.


반면에 다 무너져가는 초가집 안으로 들어선 흥부의 눈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왕 방울만 해졌다.

허술하기로 말하면 거적으로 위험한 부분만 겨우 가린 그 옛날 정낭과 흡사한 집이었는데

초가집 안팎의 자재들을 살펴보니

한눈에 보아도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고 값진 금은보화들이었다.


세 살배기 철부지 어린아이가 생각하여도

흥부는 초가집 한 구석씩 떼어 팔아먹고 살아도 천년 만 년 편안히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그 후 흥부는 놀부가 이승에서 누렸던 부의 몇 배 많은 부를 누렸다.

이를 두고 이승에서 지은 복 이승에서 받지 못하면 저승에서라도 필히 받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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