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규 “안철수 현상의 사회통합 정신은 지금도 유효한 과제”
카테고리 : 기사 | 조회수 : 1762020-01-17 오전 9:03:00
안철수 총선 전 복귀 가능성? 안 최측근·선거전문가 "희박하다"

by. 정용인 기자입력 2019.12.28.

[경향신문] 선거제 개편 등을 두고 바른미래당 내외서 역할론 솔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다른 트위터에서 리트윗한 뉴욕 마라톤 결승선 통과 사진. / 안철수 트위터

2019년 11월 6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지인이 보내온 사진’이라며 다른 트위터 사용자의 사진을 리트윗했다. 뉴욕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하는 자신의 모습이었다. 앞서 10월 17일에는 안 전 대표의 신간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에 실린 사진들을 바탕으로 한 편집물을 올린 트윗 글을 “힘든 분들께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짤막한 코멘트를 달아 리트윗했다. 신간 출간 직후 “10월 1일부터 독일을 떠나 미국 스탠퍼드 법대의 ‘법, 과학과 기술’ 프로그램에서 방문학자로 연구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오랜만에 근황을 전한 그는 다시 침묵 모드로 들어갔다. 그의 개인 페이스북은 2018년 7월 한국을 떠나며 남긴 대국민 메시지에서 멈춰져 있다.

안철수를 다시 호출한 것은 한국의 정치권, 정확히는 그가 당대표로 있던 바른미래당과 구 국민의당 주변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안철수계 의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안 전 대표가 돌아오면 당의 전권을 주고 물러나겠다”고 한 발언이 알려진 것은 지난 12월 18일. 당의 또 다른 창업주 유승민 의원이 새 당명을 ‘새로운 보수당’으로 확정한 다음 날이다. ‘새 보수’라는 정체성은 그동안 당내 비당권파 모임인 변혁(‘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에 뜻을 같이해온 일부 안철수계 의원과 원외 위원장, 특히 호남에 연고를 둔 의원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실제 변혁모임에 함께했던 권은희 의원 등은 동참 의사를 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의 발언과 관련, “안철수계 의원들이 다시 선회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안철수계 의원 6명 중 5명이 화답하고 나섰다.

12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모두 내려놓고 물러난다는 손 대표의 결단을 환영한다”며 “안 전 대표가 정치를 재개하고 당에 복귀하는 것이 당 체제 전환을 통한 변화와 혁신, 새 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안 전 대표의 총선 전 복귀를 요구한 것이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안철수 역할론’

그러나 ‘바른미래당 구원투수 안철수 호출’ 분위기는 채 이틀을 가지 못했다. 12월 24일 CBS의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손학규 대표는 “안 전 의원 측이 먼저 자신이 돌아올 길을 열어달라고 제안해 발언한 것”이라며 공을 넘겼다. 이날 라디오에서 손 전 대표는 “한 달 전쯤 안철수 전 의원의 ‘복심’ 인사가 찾아와 ‘안 전 의원이 올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먼저 요청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이날 독일 출국이나 한동안 정치를 떠나 있으라고 조언한 것도 자신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안 전 의원 측에게 ‘레드카펫 깔고 꽃가마 타고 들어올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며 그런 자신에게 “손학규 사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자고 하는 것은 기본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철수계 의원들의 안철수 복귀 촉구 기자회견에서 선제조건으로 자신의 사퇴를 거론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날 손 대표는 자신이 언급한 ‘복심’이 “현역 의원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손 대표가 거론한 복심으로 지목되는 인사는 김도식 안철수 대표 전 비서실장이다. 논란 하루 전인 12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김 전 실장은 “트위터에 올리는 글 이외에도 일정은 내가 안 전 대표와 지금도 공유하고 있다”며 “미국에 있으면서 필요한 국내 자료에 대한 요청도 받고 다시 자료에 대한 질문을 보내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총선 전 안철수 전 대표의 복귀는 이뤄질 수 있을까. 일단 정치공학적으로 생각하면 총선이 치러질 2020년 4월 15일 이전 시기가 적기인 것은 사실이다. 스탠퍼드대 방문연구원으로 머무르고 있는 안 전 의원의 연구과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미국 엑스프라이즈(XPRIZE)재단과 그가 출연해 만든 동그라미재단이 협업하고 있는 클린에어프로젝트다. 그는 2019년 10월 6일 올린 트윗 글에서 “독일에서 연구를 마친 뒤 미국으로 옮겨가 미세먼지 프로젝트를 계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클린에어프로젝트가 미세먼지 프로젝트일 가능성이 많다. 한국에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는 11월 하순부터 발생해 2~3월이 가장 논란이 되는 시기다. ‘미세먼지 대책’은 여론조사 전문가들, 선거컨설턴트들이 꼽는 21대 총선의 핵심 이슈이기도 하다.

총선을 앞두고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들고 그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연 ‘한국에서 네 가지 다른 형태의 조직설립으로부터 배운 교훈’이라는 주제의 세미나 발표에서 안 전 대표는 “내가 거쳐온 다섯 가지 직업, 즉 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벤처기업 CEO, 대학교수, 그리고 정치를 하나로 묶는 공통점이자 자신의 정체성은 문제해결사(problem solver)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4월 총선 전에 돌아오지는 않을 것을 전망했다. “안 전 대표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바쁘게 보내고 있다. 일단 현재 스탠퍼드에서 9월까지 연구년을 보내기로 했는데, 아무리 총선시계가 급박하게 돌아간다고 한들 그 연구 활동을 중단할 정도로 급박한 것인가.” 그는 미세먼지 관련해서도 “미세먼지 문제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풀기 위한 최적의 해법을 만들어내는 일”이라며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맞지만 몇 달 만에 답을 도출할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비호감 1위’ 여론도 극복대상

정계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극복대상이다. 갤럽이 지난 12월 10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차기 대권주자 호감도 조사에서 안철수는 비호감 69%로 1위를 차지했다. 복수응답으로 “호감이 간다”는 답도 17%로 조사대상 정치인 중 꼴찌를 차지했다. 정중규 전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은 “제3지대에 마땅한 대안이 없으니 차기 대권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안철수가 돌아와 해결사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혼란기에 그가 돌아와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오히려 대권가도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냐고 염려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철수가 처음 정치에 뛰어들 때 생겼던 ‘안철수 현상’은 진보나 보수와 같은 정치이념이나 진영논리를 떠나 사회통합을 갈망하는 국민의 마음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라며 “안철수의 능력 여부에는 차치하더라도 사회통합은 지금도 유효한 과제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개편될 선거구제도 중도형 이념 정당에 유리한 점이 별로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신용철 정책컨설팅 그룹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원은 “개편되는 선거제는 다당제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안철수의 운신 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지만, 실제 합의된 안은 기존 양당체제에 양념을 더한 수준이어서 호남 등 일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소수정당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이 아닌 ‘중도’를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 살아남을 여지는 상대적으로 협소하다는 것이다. 박신용철 연구원은 “만약 안철수가 귀국해 총선에서 뛴다면 수도권에서 힘을 쓸 수는 있겠지만 막상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총선은 건너뛰고 총선 이후 대선을 보는 것이 훨씬 더 큰 레버리지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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