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카테고리 : 권익옹호 | 조회수 : 19142009-12-14 오후 10:39:00

2004년 10월초의 여느 토요일 평소 어학강좌를 수강하던 학교정문을 홀로 나서게 될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때가 마침 근방 교회에서 활동하는 찬양팀 친구의 생일이라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휠체어에 몸을 실어 교정 밖을 나섰었다.

그 전에는 친구들이 함께 동행해주어 손쉽게 학교 정문을 나섰었지만, 그 때는 친구들에게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어 몰래 혼자 선물을 고르고 싶었다.

홀로 첫 산책을 나섰던 느낌은 어딘지 모르게 낮선 기분이었다. 내가 전에 다녔던 학교완 다른 모습이었다. 길도 더 험했고, 높은 턱도 헐 씬 많아서 휠체어를 사용하는 나로서는 조금 더 힘든 산책이 예상되었다. 길을 향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좁고 높은 턱을 쉼 없이 넘어야 했었고, 많은 차량이 지나다니기에 위험해 보이는 것이 걱정스러웠던 사람들이 내게 던졌던 시선이었다. 사실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부담스러웠지만 그런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해쳐나가야만 했다.

우선 나는 음반을 구입하려 레코드점을 찾아야만 했지만 간판이 잘 보이지 않아서 길을 해매였고 지나가던 사람에게 길을 물어도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아저씨!~ 어디가요? 아저씨!~ 말 못해요? 아저씨 안녕!~ 말 좀 해봐요!~”

휠체어를 사용하는 내 첫인상이 신기했는지 지나다니던 아이들이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그중에 한 꼬마가 자신이 먹던 아이스크림을 내게 건네며 “아저씨 이거 먹어요!~ 먹어 봐요!~ 맛있어요!~”라며 말했다.

어찌 보면 나를 처음 보는 그 아이에겐 내가 놀림감이 되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은 착하고 순수해보였었다.

나는 괜찮다는 뜻으로 안녕을 연발하며 계속 끈질기게 따라오는 아이들 틈에서 레코드점을 찾아야 했었는데 다행히 지나가시던 분들이 제지해 주시는 덕분에 아이들 틈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한동안 길을 해매고 있을 때 조금 지나더니 한 청년이 “어디까지 가세요? 제가 가시는데 까지 동행해 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하자 나는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을 봐서 조금 긴장한 나머지 말을 더듬으며 “레코드점이 어디에요?”라고 답을 하자 그 청년은 자기랑 같이 찾아보자며 사람들에게 길을 물었다. 그렇게 길을 가던 중에 나는 그 청년과 함께 어렵지 않게 레코드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휠체어가 들어가기에는 그 입구 턱이 너무 높았다. 그래서 레코드 점원과 청년이 내가 타고 있던 휠체어를 힘겹게 올려다 들어가게 나를 돕고 그 뒤로 청년은 자기 행선지로 향하였다.

그렇게 힘들고 어렵게 레코드를 구입하고 나온 뒤 나는 이번엔 책을 구입하려고 서점을 찾아 길을 나서야만 했었다.

또 지나던 사람들에게 “저기요!~ 실례하지만 여기 서점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지요?”라고 했었는데 사람들이 “저쪽으로 가셔서요. 우측 골목에서 좌회전 하시면 큰 길로 쭉 가시면 되요!~” 그렇게 자세하게 설명해주어도 나는 좀처럼 길을 찾을 수 없었다.

한참을 힘겹게 가다 마침 옆 편 건물에 서점 간판이 눈에 들어와 내심 홀로 서점을 찾았다는 기쁨에 하늘을 날리고 싶었건만 그 기쁨도 잠시 서점 입구에 오를 수 있는 계단이 자갈밭처럼 부셔져 있었으며 간신히 찾았던 서점이 지하에 있어서 무척 실망스러웠었다.

그러나 다행히 길을 지나던 연인 한 쌍이 나에게 다가오며 “저희들이 도와드리면 안 될 까요?~”라며 도와주려 했었고 그 말에 고마운 나머지 “그러면요. 휠체어를 지하까지만 들어다 주실래요?~ 제가 조금 걸을 수 있거든요!~” 라며 함께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 서점 입구에 들어서 보니 서적이 많아서 그런지 책을 고르는데 휠체어가 잘 들어가질 못해서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서점 주인에게 어떤 책이 괜찮을지 자문을 구했더니 여대생들이 많이 본다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라는 책을 권해주어 그 책을 구입하고 나왔다.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며 그렇게 힘없이 산책을 마치고 다시 학교교정으로 돌아왔을 무렵 그곳에선 구름 한 점 없는 시월의 파란 하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득 하늘을 보며 왠지 모를 한숨이 내게 교차하였다. 아마도 내가 가야되는 앞으로의 길은 더 멀고 험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았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지금의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옳은 것인지 말이다.

다만 세상에서 내가 남을 이기는 것 보단, 먼저 나 자신을 점검하는 것이 앞으로의 이 멀고도 험한 세상을 해쳐나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 그 보다 더 힘든 낭간을 도전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두려운 길을 결코 피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살아있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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