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소망/강민호

상영관에서 나올 때

영화의 마지막처럼

눈이 내리고 있었다

시든 낙화들처럼

두 중년 연인의 가슴에

쌓여 있던 미련 속에서

더 커진 사랑을 이루게 했던

그 눈이 영화 밖 도시에서도

내리고 있었다

3년째 이어질 것 같은

마스크 시대가 끝날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눈이 내리고 있었다

발생지 이름이 붙였던 전염병이

새로운 이름들로 불러지는

2년 동안 마스크가

출입증이 된 시대가 새해에는

끝날 것은 암시하는 것처럼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눈을 보는 동안

마스크 없이 커피숍에서

피어나는 꽃들과

떨어지는 잎들을

볼 수 있는 봄가을 온다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