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말자고 했으면 다른 이름을 정해보세요
카테고리 : 자유게시판 | 조회수 : 27002003-05-05 오후 10:28:00
'장애우'라는 표현을 쓰지 말자고 하셨잖아요.
그렇다면 '장애인'이란 표현을 다시 쓰자는 것인가요?
'장애인'도 '장애우' 도 싫다면 어떤 대체를 할 수 있는 이름을
지어주시고 마치셔야지 그냥 쓰지말자고 해 놓고 퇴장을 하면
어떡하나요?
당신은 어떤 명칭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불러야 하는지 대답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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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라는 표현을 쓰지 맙시다.

엄태근 장애인실업자종합지원센터 사무국장

최근 동아일보 독자란에 '장애인이 아닌 장애우' 라는 표현을 쓰자는 주장이 있었습니다. 그
리고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장애인을 장애우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특
정 대선 후보는 TV 토론회에서 '장애우'라는 표현을 공개적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는
사회에서 격리되고 비정상적인 인간으로 분리되어졌던 장애인을 보다 친근하게, 보다 인간
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애우(障碍
友)라는 표현은 장애인을 비주체적이고 비사회적인 인간으로 형상화하고 구조화 해내는 단
어입니다.
일반적으로 사회집단 또는 계급·계층을 표현하는 개념 또는 단어는 1인칭, 2인칭, 3인칭 모
두가 가능한 표현으로 쓰여집니다. 예를 들어 노동자나 여성의 경우,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
도 노동자, 여성이란 표현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애우라는 표현은 타인이 나(장애인)
를 지칭하거나 부를때만 가능한 것이지, 내가 나를 지칭할 때는 절대 쓸 수 없는 용어입니
다. 즉, 집단을 지칭하는 표현은 모든 인칭에서 쓰여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우라는 표현
은 1인칭에서 쓸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장애우란 표현은 사회집단 또는 계급·계층을 표현
하는 개념 또는 단어가 아니며, 장애인을 사회집단, 계층이 아닌 비사회적인 집단 혹은 개인
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장애우라는 표현은 장애인 스스로가 자신을 지
칭할 수 없기 때문에 비주체적인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합니다. 특정 집단을 지칭하는 개념
이나 단어는 그 집단의 정체성(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집단의 위치 또는 사회적
관계)을 표현함과 동시에 주체적인 의식을 표현하는 것인데, 스스로가 자신을 지칭하지 못
하는 것은 스스로가 주체적인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장애우'라는 표현은 장애인운동이 발전돼 온 역사에도 역행됩니다. 지난 시절 장애인을 재
활의 대상으로 바라봤던 '재활 패러다임'에서는 장애인은 자신의 삶에 주체가 아니었습니다.
이에 대항해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가 권리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운동이 전개되었고, 그것
이 오늘날의 '자립생활 패러다임'입니다. 장애인을 비주체적인 인간으로 그려내는 '장애우'라
는 표현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장애인을 삶과 권리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장애인운동
의 시계를 뒤로 돌리고 있는 것입니다. 일부에서는 '장애우라는 부드러운 표현이 장애인들에
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느냐'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비사회적이고 비주체적인, 그리
고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부정하는 용어를 써가면서까지 장애인들에게 편하게 다가 갈 수
있는 '장애우'라는 표현을 고집한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장애인을 시혜와 동정의 대상
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일부에서는 "장애인이든 장애우든 어떤 표현을 쓰든 상관없지 않느냐? 자신의 취향
에 맞게 쓰면 된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밝힌바와 같이 집단을 지
칭하는 개념이나 단어는 그 집단의 사회적 관계와 위치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언어
는 존재의 집'이라 했습니다. 언어의 힘은 매우 강합니다. 특히 집단을 지칭하는 개념이나
단어의 힘은 더욱 강합니다. 예를들어 여교사, 여학생 등의 표현은 여성의 사회적 관계를 왜
곡되게 표현하고, 이를 강화해내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더 이상 편의주의에 사로잡혀 장애인
을 비주체적이고 비사회적인 인간으로 왜곡하는 '장애우'라는 표현을 써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리고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확대하기 위한 활동을 한다는 일부 장애인단체의 명의에
'장애우'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정말 아이러니 합니다. 도대체 장애인을 비사회적이고 비
주체적인 인간으로 표현하는 그리고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만드는 '장애우'라는 단어를 단
체명의로 사용하면서, 어떻게 장애인의 인권과 복지를 확대할 것인지........ 정말 안타깝습니
다.
이제는 장애인의 사회성과 주체성을 확대해 나가야 합니다. 이는 정치, 문화, 사회,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진행돼야 하며, 동시에 사회적 관계, 집단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단어에서도
시작돼야 합니다. 지난 시절 '불구자'에서 '장애인'으로 바꿔 나갔던 경험을 곱씹어봐야 할
것입니다. 더 이상 장애인을 비주체적이고 비사회적인 인간으로 형상화하는 '장애우(障碍友)
라는 표현을 쓰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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