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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가난한 이들 위한 입법 반드시 이뤄져야”
카테고리 : 기사 | 조회수 : 2502020-05-29 오전 11:06:00
시민단체, 21대 국회에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 위한 입법 반드시 이뤄져야”
기초법공동행동, 제21대 국회 개시 이틀 전 6대 입법과제 요구안 발표· 원내정당에 전달
코로나19 속 더욱 심화하는 빈곤과 불평등 해결 위한 국회의 전략·비전 제시 필요해
등록일 [ 2020년05월28일 15시01분 ]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이 제21대 국회 개시를 이틀 앞두고,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입법과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이가연

 

“철거민들이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여기 사람이 있다’라고 선언한 지 11년이 지났다. 이들의 절규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국회가 여·야할 것 없이 말들을 쏟아냈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중략) 최근 대구 동인동과 방배 5구역 재개발 현장에서 있었던 폭력적인 철거 현장은 흡사 11년 전 용산 참사를 본 것만 같다. 건물 위에 사람들이 있는데 크레인으로 컨테이너를 올리는 모습을 보고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초생활보장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아래 기초법공동행동) 등이 제21대 국회 개시를 이틀 앞두고,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입법과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국의 불평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기초법공동행동이 제시한 통계청의 1/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와 하위 10%의 격차를 나타내는 P90/P10 배율은 6.13으로 불평등이 더욱 심화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 위기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초법공동행동은 “코로나19는 비정규직 노동자, 장애인, 그리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치명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기존에 존재했던 빈곤과 불평등이 코로나19를 비롯한 사회적 위험 속에서 더욱 심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신장애인들이 수용되어있던 청도대남병원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집단 감염 및 사망 사례가 속출했다. 게다가 ‘물리적 거리두기’를 외치는 정부는 더 많은 개발이익을 위해 철거민과 노점상에 대한 강제퇴거를 여전히 강행하고 있으며, 코로나19를 빌미로 공공의 공간에서 홈리스들을 쫓아내고 있다. 

 

이에 기초법공동행동은 “21대 국회에서는 코로나19가 조명한 빈곤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한 전략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라면서 곧 열릴 21대 국회를 향해 총 6가지의 입법과제를 구체적으로 요구했다. 

 

6가지 입법과제에는 △사각지대 없는 공공부조를 위한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및 사회보험제도 개선’ △퇴거가 아닌 상생을 위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및 행정대집행법 개정’ △세입자 중심의 주거정책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및 공공임대주택 확충’ △장애인수용시설 해체를 위한 ‘장애인수용시설폐쇄법 제정 및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권리중심의 홈리스정책을 위한 ‘노숙인복지법 개정 및 쪽방 지역에 대한 공공주도형 개발 적용’ △민간의료가 아닌 공공의료 보장을 위한 ‘의료,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강화’가 있다.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이 피켓을 들고 발언을 하고 있다. 피켓에는 ‘21대 국회는 빈곤과 불평등 해결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라’라고 적혀 있다. 사진 이가연

 

퇴거 아닌 상생을 위해 강제퇴거금지법 제정·행정대집행법 개정해야 


이원호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사무국장은 용산참사 이후 11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철거민들을 대책도 없이 쫓아내고 있으며 재개발 현장에서는 폭력적인 강제집행이 일어나고 있다며 국회를 규탄했다. 이 사무국장은 “용산참사 직후 기존의 법률들을 개정하려고 보니, 법률에 따라 원주민들의 삶과 대책이 나뉘어 있어서 기본법의 성격으로 강제퇴거금지법을 제안했다. 법률가 단체들과 2년간 법안을 직접 만들어 국회에 발의했지만 18대, 19대, 그리고 20대 국회에서 매번 폐기되었다”라고 설명하면서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이 제시한 강제퇴거금지법은 주거권과 생존권의 보장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개발계획을 수립할 시 임시주거단지를 마련한 뒤 개발지역 주민들을 먼저 이주시키고 개발하는 방식의 ‘순환식 개발’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인근 개발지역의 전·월세 폭등으로 개발로 인한 주민들의 이주 어려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재정착률을 높이고, 개발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전·월세 대란을 차단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다. 

 

최인기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수석부위원장은 행정대집행법과 관련해 올해 노점상 상인들에 대한 폭력적인 강제집행에 분노했다. 최 위원장은 “올해 초 추운 겨울날, 해가 뜰 무렵에 노량진역 앞에서 농성을 벌이던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에 대한 강제집행이 있었다. 용역인지 깡패인지 실체를 알 수 없는 수백 명의 사람들이 와서 노량진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폭력이 난무했음에도 이날 집행됐던 약 6천억 원에 가까운 비용을 농성 중인 노량진 상인들에게 물으라고 한다”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폭력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 분개했다. 

 

기초법공동행동에 따르면 행정대집행법은 법적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의무자에 대해 행정 관청 또는 제3자가 집행을 대행하도록 한다. 그러나 철거민, 노점상, 임차상인, 노동자 등 거리에서 싸울 수밖에 없는 사람들만이 집행 대상이 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집행과정에서 국가가 고용한 용역업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리한 단속을 강행하고 있으며, 욕설, 성희롱, 물리적 폭력까지 거리낌 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행정대집행법에 의한 인권침해를 해결하기 위해 20대 국회에서 개정안이 발의되었지만, 논의 없이 폐기되었다.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세입자 중심의 주택임대차보호법·주거취약계층 포괄하는 노숙인복지법 개정 필요 

 

정용찬 민달팽이유니온 사무국장 또한 세입자 중심의 주거정책을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했다. 2018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월세 세입자 가구의 평균 계속거주기간은 3~4년으로 자가 가구의 10.2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들은 2년마다 보증금을 올려주지 못하면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며,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한 규정이 없어 임차인은 임대인의 일방적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고는 임대차계약을 갱신할 수 없는 구조다. 

 

이에 기초법공동행동은 개정안을 통해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계약갱신청구권’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현재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형식적으로 증액 인상률 상한 제도와 월차임전환율 상한제도가 있으나,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되지 않아 계약기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전월세인상률 상한제’의 도입 또한 함께 요구하고 있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노숙인복지법) 역시 2011년 6월에 제정된 뒤 벌써 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홈리스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노숙인복지법의 이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활동가는 “법률에서 ‘노숙인 등’이라고 하지만, 지원대상에 ‘등’을 붙이는 바람에 대상이 정확하지 않아 오직 거리와 노숙인 시설 생활인, 쪽방 밀집지역 거주민으로 축소 해석해서 적용하고 있다. 그 대상이 홈리스든 주거취약계층이든 다양한 불안정 주거취약특성을 포괄하는 개념이 되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 활동가는 노숙인복지법의 관할 또한 복지부가 아닌 국토교통부가 맡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복지부의 주거정책은 (집단적인) 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복지서비스이지만,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홈리스 정책의 주무 부처는 주택 관련 부처이다. 한국 또한 국토부를 중심으로 홈리스 정책이 시행되어야 하고 개인에 대한 지원은 복지부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거주시설폐쇄법 제정해 ‘탈시설 정책’ 반드시 이행해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또한 21대 국회에서 개정되어야 할 과제로 꼽혔다. 기초생활보장법은 시행된 지 20년이 지난 한국의 대표적인 빈곤정책이지만 여전히 가난한 사람에 대한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지 못한 채 사각지대를 방치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 따라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해도 소득·재산이 선정기준에 부합하지만, 부양의무자의 소득·재산을 이유로 수급에 탈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약간의 소득이나 주거용 재산, 자동차가 있는 경우에도 수급을 박탈하고, 노동할 수 없는 상태여도 치료기록이 없거나 진단명이 나오지 않는 경우에도 수급을 박탈한다. 

 

이에 김경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2018년 10월에 주거급여만 폐지했을 뿐, 가난한 사람에게 필수적인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을 남겨두고 있다”라며 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을 통해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지를 촉구했다.

 

장애인 수용시설의 문제점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시설 내 집단 감염과 높은 사망률을 통해 드러났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함께 살기 위한 탈시설 정책을 10년 넘게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은 시설에서 폭행당하고 죽임을 당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탈시설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장애인수용시설폐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기초법공동행동은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월, ‘지역사회 통합 돌봄 선도사업’으로 장애인의 탈시설 및 자립생활지원을 위한 모델을 발표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예산은 턱없이 모자란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기초법공동행동은 “21대 국회에서 장애인수용시설폐쇄법을 제정해서 2030년까지 모든 장애인거주시설을 폐쇄하고,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평등하게 함께 살기 위한 국가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초법공동행동은 정의당과 국민의당에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제21대 국회 입법과제 요구안을 전달했다. 전달식에는 최용 정의당 노동본부 집행위원장과 정중규 국민의당 전국장애인위원장이 참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기초법공동행동은 정의당과 국민의당에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제21대 국회 입법과제 요구안을 전달했다. 최용 정의당 노동본부 집행위원장과 정중규 국민의당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요구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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